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il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21%가량 올랐다. 2% 남짓인 코스피지수 주가 상승률을 많이 웃돌았다. 같은 기간 GS캍렉스와 HD현대오일뱅크를 산하에 둔 GS와 HD현대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약 26%, 14% 상승했다.
정유 종목 강세는 국제 유가와 맞물려 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중동산 원유의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연초 배럴당 78.1달러였으나, 지난 5일 90.89달러까지 16.4% 뛰었다. 작년 10월 이후 약 5개월여 만에 다시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에너지 소비가 큰 겨울을 지났지만 중동 분쟁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석유 수출국의 감산 기조 등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4월 5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불 태우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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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이 폭격으로 무너지면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확전 가능성이 불거졌는데, 이후 일주일 동안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18조7000억원가량 증발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이어지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감소 폭(35조4000억원)이 더 크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원유·가스 수출 규모 자체는 미미하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150만배럴로 전 세계 시장에서 2% 수준이다. 이스라엘의 가스 수출량 역시 전 세계 비중의 1%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고, 그만큼 기준금리 완화 기대감을 꺾는다는 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51.9%로 봤다. 인하할 확률은 46%였다. 일주일 전만 해도 6월 기준금리 인하(55.2%) 전망이 동결(39.6%)보다 우세했다. 연준이 오는 7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마저 30% 선을 넘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경기 연착률 가능성이 커진다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급하게 단행할 이유가 없다”며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상품물가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인플레이션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논의가 이르다는 의견이 대두되면 변동성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국제 유가와 관련해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20%가 오간다. 원유·가스 공급망이 흔들리면 국제 유가가 더 뛸 수 있다. 씨티그룹은 국제 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국제 유가에 직접 악영향을 미치기보단, 공급망과 물가에 잠재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수급 부담으로 유가발 물가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오는 10일(현지시각) 나오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금리 방향의 가늠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3월 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5%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CPI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국내 주식 시장이 받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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