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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분쟁에 유가↑ 호황에 구리↑…원자재 ‘에브리싱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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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빈국 울리는 원자재값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뚫은 데 이어 ‘경기 바로미터’인 구리 몸값도 1년 2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알루미늄, 주석 등 대부분의 비철금속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지정학적 분쟁과 미국·중국의 경기 개선 신호가 맞물리면서다. 전방위적인 원자재값 고공행진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국제유가는 6거래일 연속 오르더니 배럴당 90달러 선에 자리 잡았다. 5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91.17달러로 마감하면서 이틀째 90달러대를 지켰다. 이날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분)도 90.89달러로 오르면서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다.

이는 중동 등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공급 우려가 커진 여파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드론 공격이 지속하는 데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까지 겹쳤다. JP모건이 오는 9월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할 거란 예측을 하는 등 시장에선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각종 산업에 필수적인 비철금속 가격도 심상찮다. 제조·건설업 수요 등이 많아 경기 선행지표로 꼽히는 ‘닥터 코퍼’(Dr.Copper) 구리의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 가격은 4일(현지시간) t당 9257달러까지 올랐다. 지난해 1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은 내년 상반기까지 사상 최고치인 1만2000달러에 도달할 거라는 전망도 내놨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같은 날 알루미늄 가격도 t당 2394.5달러로 치솟으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주석 가격은 지난달부터 t당 2만8000달러 선을 넘나들며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또한 니켈과 아연 등의 시세도 연초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큰손’ 중국과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러한 비철금속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50.3을 기록했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도 50.8을 기록하면서 반년 만에 ‘경기 확장’ 국면으로 복귀했다. 구리 가격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선 등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 광산 폐쇄와 중국 제련소 감산 같은 공급 부족 여파도 함께 작용한다.

중동·우크라이나 등의 분쟁이 포탄 등 군수물자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여기에 쓰이는 비철금속 공급 부족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재래식 무기에 쓰이는 수요가 상당한 데다 미·중 경기까지 움직이니 전반적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에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가 더 회복되면 비철금속 가격이 유가보다 빠르게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원자재 지수는 5일 기준 102.9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치솟는 원자재값은 ‘울퉁불퉁한’ 경로를 지나는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ℓ당 1662원(6일 기준)을 넘어서는 등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도 오름세(1.2%)로 전환하면서 3%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생산자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 물가까지 다시 자극하게 된다. 이미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까지 석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한국·미국 등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시장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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