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에 고무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향한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며 끝까지 '정권 심판론' 확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야권이 최소 과반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권 심판론이 얼마나 작동할지가 최종 의석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대 선거 결과를 통해 정권 심판론이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살펴보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야당 압승론'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총선 결과를 분석한 결과 5번의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 선거는 딱 한 차례 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때 치러진 20대 총선이 유일하다. 나머지 4번의 총선에서는 모두 집권 여당이 승리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등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실시된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정권 심판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으나 새누리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결과 기사회생한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통합당이 공천 문제로 분열한 점도 영향을 줬다. 이 전 대통령 임기 초반에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 역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대선 참패로 인해 민주당 지지세가 와해되면서 통합민주당이 81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역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04년에 실시된 17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다. 이마저도 과반은 아니었고 여당인 새누리당(122석)과 단 1석 차이에 불과한 신승이었다. 또 제3당인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선거이기도 했다. 이 당시 여론조사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고했지만 결과는 뒤집혔다.
이처럼 최근 5번의 총선에서 집권당이 승리한 4번의 선거에서는 여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거머쥐었다. 반면 야당이 승리한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야당이 과반을 얻지는 못했다. 이는 야당이 정권 심판론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절반 넘게 압승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 야당인 민주당의 '단독 과반' 가능성이 많이 거론되는 이번 총선이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이 같은 해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3월에는 이종석·황상무 논란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바닥이었다고 본다면 민주당 지지율은 조국혁신당 등장 등에 힘입어 천장 근처였을 확률이 높다"며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펀더멘털(기본 수준)로 회귀한다고 본다면 국민의힘은 살짝 오르고, 민주당은 정체되거나 살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의 편법 대출과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의 막말 논란 등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총선을 완주하게 된 두 후보를 무기 삼아 선거운동 막판까지 민주당에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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