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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식모살이로 모은 전 재산 기부한 할머니…가족은 시신 인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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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연고 사망 처리’

세계일보

故 권옥선 할머니의 빈소. 사진=국제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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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식모살이 등 궂은 일로 어렵게 돈을 모은 80대 할머니가 기부라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고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가족이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시신 인계를 거부했다.

할머니가 전 재산 5000만 원을 부산 북구에 기부한 게 이유로 보인다.

이에 할머니는 ‘무연고 사망’ 처리됐고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5일 국제신문에 따르면 故 권옥선(86) 할머니는 전날인 4일 공영장례 방식으로 치러졌다.

권 할머니는 지난 2월 전 재산 5000만 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당시 할머니는 “세상 떠날 때 가진 것 없이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한평생 간직했다”며 “이렇게 다 주고 떠날 수 있게 돼 참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꾸렸고 가족과 연락이 끊겨 홀로 생활했다.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해 가난해서 못 배운 설움을 느끼는 아이가 없도록 어려운 가정의 학생에게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소원을 이룬 할머니는 불과 열흘 만에 급격히 쇠약해졌다.

할머니는 지난 2월 21일 인근 요양병원에 자진 입소 의사를 밝혔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호흡곤란, 심부전 등으로 힘겨워하다 지난 1일 유명을 달리했다.

구가 할머니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던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시신 인계를 거부해 구는 관내 장례식장 특실을 빌려 할머니를 모시고 공영장례 방식으로 빈소를 차렸다.

오태원 북구청장은 국제일보에 “생전에 어르신께서 보여주신 조건 없는 이웃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살아생전 어르신의 삶은 고독했으나, 물질적 소유보다 더 큰 가치를 몸소 보여준 삶의 태도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불씨로 남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르신의 마지막 여정이 평안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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