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물가에 허리띠 맨 서민들
맘카페 '핫딜' 모니터링, 떨이 '줍줍'도
김모씨가 지난해 4월 온라인 주문한 사과 2㎏ 한 상자 구매 내역과 같은 상품의 2일 가격 비교. 2배 이상 뛰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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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김모(33)씨는 지난해부터 사과를 끊었다. 원체 사과를 좋아해 주기적으로 상자째 주문하곤 했지만 더 이상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김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3만 원대면 부사 5㎏ 한 상자를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흠집난 상품도 5만 원대"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 집에서 대파를 키우는 '파테크(파+재테크)'도 시작했다.
서민들의 고물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먹거리인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3%대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체감하는 고통은 더 크다. 전년에 비해 지난달 사과(88.2%), 배(87.8%) 가격은 역대 최대폭으로 뛰었다. 토마토(36.1%), 파(23.4%) 등 채소류도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에 김씨가 집에서 대파를 키우는 '파테크(파+재테크)'를 시작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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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물가 안정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18일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1,50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가격 안정자금을 무제한·무기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작 서민들은 정책 효과를 반신반의한다. 충북 청주시에 사는 홍계숙(63)씨는 "'정부가 지원한다', '가격 내린다' 하는데 체감되는 건 없다"며 "2,000원대였던 열무 한 단도 4,800원이라 김치 한 번 담글 때도 신중해진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정모(58)씨는 "마트 상품에 '정부 할인'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비싸서 '할인해서 이 가격이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구매처가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인지, 마트 등이 할인율을 얼마나 적용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다른 데다, 할인된 가격도 전년 수준엔 못 미친다는 불만이 잇따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각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11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서울시민 정아람(33)씨는 맘카페 '핫딜(Hot deal·유리한 가격조건)' 게시판을 매일 들여다본다. 정씨는 "육아로 일을 쉬게 돼 가계 수입은 반으로 줄었는데, 이유식에 필요한 애호박만 해도 개당 1,000원 이상 올라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30)씨에겐 가뜩이나 비싼 학비에 식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이씨는 "친구들과 마트 마감시간 무렵 '줍줍 하러 가자' 하고 모여 떨이 식재료를 사는 문화가 생겼다"고 소개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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