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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총선 이모저모

반성·혁신 없는 與... 野, 압승도 쉽진 않다 [정한울의 숫자로 본 총선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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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3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봉재활원에서 유권자들이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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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반성ㆍ혁신 없어 ‘역풍’
야당도 네거티브에만 ‘올인’
공표되는 판세에 속단 말아야

1. 이례적으로 점화된 정권심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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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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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일주일 앞둔 현시점의 판세를 보면 정권 심판론이 점화된 양상이다. 한국갤럽이든, NBS 조사든 정권 견제론이 정권 안정론을 앞선다. 위 그래프를 봐도, 갤럽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정권 견제론과 안정론이 격차가 크고, NBS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갤럽 조사에선 견제론이 오차범위를 넘어서 우위이고, NBS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경합구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양 기관의 응답 차이는 상당 부분 조사 방법과 워딩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으로 분위기가 보수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점에 정권 견제론이 고조돼 3월 조사에서는 양 기관 공히 견제론 쪽으로 무게 중심이 실린다고 해석된다.

필자가 여러 분석에서 주장했지만,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2016년 총선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석이 24석 줄었던 사례를 제외하면, 여당 의석은 총선 이전보다 대부분 증가했다. 물론,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의석이 감소했지만,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여당은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고, 연말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으므로 ‘정권 심판론이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적지 않은 심판론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지만, 선거 결과로는 정권 심판론을 거론할 순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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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권심판론 작동의 조건들: 여당의 반성과 혁신 없는 네거티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심판론’이 감지되면 정부ㆍ여당은 선제적으로 '자성과 혁신'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용서와 관용을 구하는 '읍소 전략’으로 선거에 임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대체로 이런 제스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실제로 2020년 21대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고,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정권 심판론'에 올인하다 역풍을 맞았다. 유권자들은 정부ㆍ여당이 적절한 반성과 혁신의 의지를 보이면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왜 이번 선거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선거운동 기조가 ‘반성과 혁신’이 아닌, ‘야당 심판론’이란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했던 2020 총선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ㆍ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을 무력화하고 싶다면 2012년 총선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출발은 현실 인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대 중ㆍ후반에 머물고 있다.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부정적 평가의 주된 이유로 민생ㆍ경제ㆍ물가 등 경제 정책 실패를 꼽은 응답이 2023년 하반기부터 무려 반년 넘게 1위다. 이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책임 있는 혁신 약속이 우선이다.

그러나 한동훈 비대위 체제 이후 이재명 대표 구속 여부를 둘러싼 대야 공세에 집중했고, 스스로 '검찰 정권'이라는 야권의 공격에 설득력만 더해 주었다. 지난 3월 코리아타임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386 운동권 정치 심판론'에 대한 공감도는 57%, 여당이 내세운 운동권 정치 청산론에 대한 공감도는 48%에 그쳤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운동권 정치 청산론보다 검찰 정권 심판론에 대한 공감대가 더 컸다. 혁신 없는 네거티브가 얼마나 중도층에 무기력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 민주당 압승은 굳어진 결과인가?

최근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민주당의 200석 승리’를 점치는 주장도 나온다. 가능한 얘기일까?

2020년 당시 대통령 지지율ㆍ정당 지지율ㆍ선거 구도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석은 180석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선거 지표끼리 충돌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어느 일방으로 쏠린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민주당 지지층의 의견이 과대 대표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이후 여론조사 품질 지표가 많이 악화, 대표성 있는 확률 표집이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안심번호 가상번호 활용 이후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다. 또 저가의 선거 조사가 난무하면서 '안심번호 제공'을 거부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조사에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유권자층도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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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선거여론조사 등록 자료를 보면 여론조사 협조율은 2년 사이에 21.9%에서 13.5%까지 떨어졌고 AAPOR 기준 응답률도 같은 기간 6%대에서 4%대로 낮아졌다. 반대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데이터를 보면, 높은 응답률의 조사일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낮고 응답률이 낮은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패턴이 뚜렷하다. 또 2023년 10월~2024년 3월까지 발표된 전국단위 여론조사(210건)를 분석해 봐도, 협조율과 응답률이 낮은 조사일수록 민주당 지지층이 과대 대표될 가능성이 크다.

최종 선거결과는 각 당 지지자가 얼마나 투표장으로 향하느냐가 변수이기 때문에 최근 조사 결과만으로 전국 판세를 속단할 순 없다. 심지어 출구조사만 해도 총선 출구조사는 번번이 틀렸다. 총선 출구조사를 출구조사의 저주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지금 여건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통한 판세 예측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혁신과 자성을 외치지 않는 정부ㆍ여당도 문제지만, 야당 역시 정권 심판론이라는 네거티브에만 의지하고 있을 뿐 대안으로서의 신뢰감을 못 주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50~70곳 이상을 백중세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엄살로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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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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