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 사이에선 박양처럼 일찍이 건강관리에 나서는 ‘웰빙 청소년’이 많아지고 있다. ‘멋진 몸’을 갖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근육을 만들 뿐 아니라 식단까지 관리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
3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2023년 서울 학생 가치관 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이 조사는 작년 10월 서울 초∙중∙고등학생 1만2739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행복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몸이 건강한 것’(26.7%)을 1순위로 꼽았다. 그다음은 ‘화목한 가족’(26.6%) ‘돈을 많이 버는 것’(15.8%) ‘꿈이나 삶의 목표를 이루는 것’(14.8%)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8.2%) 순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선 “돌도 씹어 먹을 나이인 10대가 건강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연구진은 코로나를 겪은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했다. 장선희 연구위원은 “지금 학생들은 코로나 때 신체 활동을 거의 못 하고 학교에 못 가면서 정신적으로 고립감·외로움도 많이 느낀 세대이기 때문에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운동 챌린지’ 등이 유행하고, 특수부대원들이 운동 능력을 겨루거나 여자 축구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오경태 서울 번동중 체육 교사는 “10년 전만 해도 깡마른 체형이 유행했지만 최근엔 남녀 학생 모두 근육이 있는 ‘탄탄한 몸’을 갖고 싶어 한다”면서 “정규 체육 수업뿐 아니라 수업 이외 체육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이 늘었다”고 말했다. 고교생들 사이에선 ‘헬스장’에서 만나 같이 운동하는 게 ‘놀이 문화’처럼 퍼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교육부와 질병관리청 조사에서도 하루 1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운동하는 남학생이 2013년 17.8%에서 작년 24.6%로 크게 늘어났다. 운동하는 여학생 역시 2013년 6.9%에서 작년 9.2%로 천천히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술·담배를 하는 중·고교생은 큰 폭으로 줄었다. 안광복 중동교 교사는 “사회 전체적으로 ‘웰빙’을 추구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학생들도 더 이상 담배나 술을 즐기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인이나 공동체보다 자기 삶을 중시하는 10대들의 특성이 드러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경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내 삶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면서 “소중한 본인을 위해서 건강이나 취미 활동, 음식 등에 많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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