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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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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과반 막으면 국민의힘 성공적, 한동훈 최소 135석 해야" [정치행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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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문가 박성민 대표가 보는 총선]
"투표율 60%만 넘으면 정권심판 작동"
"20대 남성 반윤석열, 반이재명, 반조국"
"총선 시대정신 없어, 주류교체 전쟁만"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국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한국일보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4·10 총선을 9일 앞두고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석원 논설위원과 총선 전망을 얘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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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공인된 선거전문가로 불리는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선거에서 구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선에선 ‘구도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정권지원이냐 견제냐가 전자이고, 후자는 대통령 긍정·부정평가를 말한다. 박 대표는 “대통령 긍·부정이 20% 차이를 넘어서면 구도가 선거를 완전히 지배해 인물과 이슈가 힘을 쓸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2년째 계속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정권심판론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점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드러났고, 여권은 안 되겠다 싶어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등판시켰다. 처음엔 성공한 듯 보였지만 정작 공천이 끝나고 보니 장제원 의원만 불출마했고, 전당대회 ‘연판장’(비윤석열계 불출마 압박) 돌린 초선들도 대거 살아남았다. 마침 조국혁신당이 나오면서 조국 대표가 '윤석열'을 불러냈고,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도피)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다시 정권심판론이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정치광고 시대’로 분류되는 1991년에 이미 미래를 예견한 ‘선거기획’ 회사를 만들었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도 컨설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4·10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나 이번 선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선거는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인가.

“조그비 인터내셔널(Zogby International)이라고 미국 여론조사 회사인데 유명하다. 그 회사의 존 조그비 대표가 어떤 선거예측을 했다가 틀렸는데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틀린 게 아니다. 내가 어느 당이 이긴다고 얘기했기에 그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가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것 같다’ 이렇게 맞히는 게 아니지 않나. 정치는 계속 움직인다. A라는 분석가가 어느 정당이 유리하다고 하면 거기에 대응한다. 시시각각으로. 어느 한 시점에 스냅샷 찍듯 당신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엉터리 같은 얘기다. 4년 전으로 돌아가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전망은 2월 말까지 밝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선거에서) 터졌다.”

박 대표는 총선 전망을 따지기에 앞서 한국의 선거지형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1990년 3당 합당을 했을 때 민자당이 218~221석 정도 됐다. 이후 한국정치의 기본지형은 보수정당이 주류이고 상수였다. 이쪽만 독자적 집권이 가능하고 민주당은 DJP연합을 하거나 노무현 단일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통합진보당이나 정의당과 선거연대해야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완전히 바뀐다.

-반대로 '민주당 대 반민주당', ‘민주개혁진영’이 주류가 됐다는 것인가.

“좀 더 설명해야 한다. 국제정치나 국내정치나 위계질서가 잡혀 있으면 전쟁이 안 난다. 미중 패권전쟁도 위계가 깨져서 일어난 것이다. 한국에서 ‘민’자가 붙은 건 비주류였다. 민주당, 민변, 민노총, 민예총. 그건데 그 ‘민’이 주류가 됐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먼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독재가 불가능해져서 선거를 잘해야 하는데 민주당 쪽이 그걸 잘해왔다. 둘째는 세계화다. 그림자도 생겼지만 양극화 문제를 민주당이 파고들었다. 더불어 살자, 사람이 먼저라고. 셋째는 탈냉전이다. 보수는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 믿고 남북정상회담을 안 하는 사이 민주당은 약진했다.”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것인데.

“과거에는 맹목적으로 민주당 찍는 사람이 20%밖에 없었다. 지금은 30%다. ‘묻지마 보수’ 쪽이 20%로 쪼그라들었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때 중도보수가 다 떠났다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2021년 재보궐선거부터 다시 돌아와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복원됐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시 다 내쳐졌다. 야권의 반(反)윤석열 전선이 조국의 등장으로 복원됐다면, 보수진영의 반이재명 전선은 와해된 상태다.”

"反윤석열 전선은 조국 등장으로 복원, 반이재명 전선은 와해 상태"

한국일보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에 대한 전망을 얘기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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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100년 집권론’이 떠오른다.

“한 가지 포인트는 짚어줘야 한다. 20~30대인 MZ세대가 달라졌다. 이들은 중국과 북한에 비판적이고 미국과 일본에 덜 비판적이다. 또 한노총, 민노총에 대해 비판적이다. 연봉제에 비판적이면서도 ‘성과제로 가자’고 한다. 이러기 때문에 민주당이 향후 주류로 가려면 이들을 잡아야 하는데 지난 대선 때 20~30대 일부를 놓치는 바람에 졌다. 언론들이 거의 안 쓰는데 너무 중요해서 하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대표는 정당 정체성이 약한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20~30대가 최초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텔레그램이 선대위가 되고, 온라인상에서 선거가 진행되면서 정당은 의미가 없어졌다. 선거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것을 이해해야 한다.”

-여당참패론과 ‘이재명-조국 범죄집단 심판론’ 중 어느 쪽이 작동하나.

“정권심판론인 건 맞다. (대중이) 조국 대표를 불러낸 이유가 있다. 조 대표는 범죄자다. 2심에서 2년 실형을 받았고 대법원이 파기환송하지 않으면 구속 수감될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돈을 안 받았냐', '이회창 전 총재나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이런 사람들은 안 받았냐'는 게 여론의 질문이다. 그래서 '더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은 수사를 그렇게 안 하고 가혹하게 왜 노무현한테만 했냐'는 것이다. (여론이) 조 대표를 불러낸 배경도 ‘공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주변 사람들이 공정하게 수사를 했느냐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돌풍의 나머지 원인은 뭔가.

“이른바 '이라크 효과'다. 2003년 미국 보수정부는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며 이라크를 침공했다. 2004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붙었는데 그게 밝혀지지 않았고, 결국 부시가 재선했다. 2006년 중간선거 때는 WMD가 없다는 게 확인이 되면서 이번에는 공화당이 패한다. 그리고 2008년 대선에선 WMD가 아예 없는 걸 알면서도 전쟁에 들어갔다는 게 드러나면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승리한다. '조국 수사'도 그렇게 털었는데도 결과는 자녀의 '입시비리'였다. (일련의 수사 과정이) ‘과대광고’였던 것이다. 또 과거 '윤석열'과 '한동훈'은 권력에 핍박받는 영웅서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로 강자다. ‘해병대 수사외압’의 박정훈 대령이나 조 대표가 핍박받는 위치에 있으니 뒤집힌 것이다.”

-범야권 200석론이 가능한가. 각 정당의 승패 기준을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번에 민주당이 180석을 한 잔상이 남아있지 않나. 정권심판론이 드센데도 과반 승리를 못하면 이재명 대표가 공천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그랬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최소한 원내 과반은 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선 탄핵 저지선인 100석은 말할 것도 없고, 다수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으려면 120석은 해야 한다. 1당을 놓치더라도 민주당에 과반을 안 주려면 135석에서 140석을 해야 한다. 지금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올라갔다기보다 보수층이 빠져 있는 상황이다. 보수는 (지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것 다 뒤집는 건 잘하고 있다고 보는데, 중도는 윤 대통령 때문에 못 찍겠다는 것이다. 4년 전에도 막판에 영남이 결집했는데 이번에도 위기감을 갖고 보수결집이 될 것 같다.”

"지금 여론조사는 보수층 빠져, 4년 전에도 막판 위기감에 영남 결집"

한국일보

정치컨설팅 민 박성민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한국일보 박석원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 4·10 총선에 대한 전망을 얘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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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민의힘이 120석을 넘길 것 같나, 아니면 그 반대인가.

”선거는 9일이나 남아 있다.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국민의힘이 승리한다, 원내 1당이 된다, 과반을 한다는 전망은 거의 없다는 얘기를 분명히 드린다. 그러면 최대 목표는 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저지할 수 있느냐,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진다는 정도다. 그걸 할 수 있다면 국민의힘은 지금 상황에서 성공적이다.”

-민주당의 과반에 못 미친 제1당은 패배로 봐야 한다는 건가.

“패배다.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다.”

-재외국민 투표율이 62.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투표율을 어떻게 예상하나.

“이미 사전투표(5~6일)는 사실상 본투표로 인식되고 있다. 대선 때 본투표 대비 45%까지 올라왔다. 합산된 총투표율이 중요하다. 4년 전 총선 투표율이 66%였고 직전 지방선거는 50.9%였다. 66%는 매우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지난 총선은 조국 사태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엄청난 인파가 총 결집한 선거였다. 이번엔 그때보다 높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20~30대 투표율이 좀 떨어질 것 같아서다.”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경우 민주당에 불리한가.

“이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다섯 번의 선거가 있었다. 2008년 총선 때 이명박과 박근혜가 싸우는데도 범보수가 200석을 넘겼다. 그때 민주당이 81석을 했는데 투표율이 46.1%이었다. 친노무현 지지층이 거의 안 나왔다. 이례적으로 투표율이 낮을 때 민주당은 대패했다. 이번에 55% 밑이면 민주당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60%를 넘으면 정권심판론이 작동할 것이다.”

-20대 남성층은 다른 세대보다 조국혁신당을 좋아하지 않던데 무슨 의미인가.

“그들이 반윤석열, 반이재명, 반조국이다. 투표장에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층은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그 당에 있을 때다. 지난 대선은 0.73%포인트 차의 5대 5 선거였다. (이번 총선은) 이제 총투표율만 남았다. 대개 정치무관심층은 20%가량 된다. 세대 안에서도 균열이 있어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치세대론, 시대정신 이런 게 중요한데….”

-그래서 물어보려고 한다.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이 뭐라고 보나.

“시대정신은 다 망가졌다. 민주당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망가졌고, 보수정당에서 자유주의가 망가졌다. 각 지역 후보들을 보면 반칙과 특권으로 도배를 한 사람들이 나와 있다. 원칙 있는 승리, 공정과 상식 다 무너졌다. 주류교체 전쟁과 패권전쟁만 남았다.”

-여당이 지면 한동훈 위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선거에 지면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역량이 안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기준이 어디냐는 건데 패하더라도 민주당 과반을 저지했다면 잘한 것이다. 대통령 때문에 대패할 수밖에 없었는데...”

-국민의힘의 간판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가.

“그건 알 수 없다. 야당 대표가 쉽지 여당 대표는 굉장히 어려운 자리다. 대통령과 가까이 갈수록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고….”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재명 대표의 ‘개인 리스크’는 어떻게 되나.

“‘이재명 변수’는 정치에서는 더 이상 없고 법원에서 결정할 것이다. 조국과 이재명의 시간은 법원 결정에 따라야 되는 것이다. 조국 대표는 승리하면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사법적 명예회복이 된 의미다.”


박석원 논설위원 spark@hankookilbo.com
변한나 사원 bloss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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