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일 재택근무 의무화를 ‘주 4일제 도입’으로 홍보
김태흠 “재택근무할 때 일 거의 안하지 않나” 발언
“탄력근무제와 차이 없다” “치적 위한 정책” 비판
충남도 “주 4일 근무제 아닌 주 4일 출근제로 변경”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3일 충남도청에서 충남도 저출산 극복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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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가 0~2세 자녀를 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1일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도는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은 이 정책을 ‘공공 최초 주 4일 근무제 도입’이라고 홍보했다. 다른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탄력근무제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재택근무’를 ‘휴무’로 둔갑시켜 과대 포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3일 도청에서 ‘충남형 저출산 극복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도청과 소속 공공기관에서 0~2세 자녀 둔 직원에 대한 ‘주 1일 재택근무 의무화’로 사실상의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재택근무를 할 때에는 일을 거의 안하지 않나”며 “근무시간은 기존과 같지만 보육을 위해 보다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 1일 재택근무제 도입은 저출생 극복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됐다. 도에 따르면 2018~2022년 충남지역 합계출산율은 1.19명, 1.11명, 1.03명, 0.96명, 0.91명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도는 여러 대책을 통해 2026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0명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육아를 위한 재택근무는 이미 여러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탄력근무제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경북도는 2018년 만 12개월 이하 자녀를 둔 여성 공무원을 대상으로 최대 주 4일의 재택근무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적용 대상과 방식 등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김 지사 논리대로라면 경북도는 어린 자녀가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1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셈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직원들이 이번 정책에 대해 주4일제로 인식하고 있을 지 의문”이라며 “이미 많은 지자체에서 유아 자녀를 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명칭만 공공 최초의 주 4일제일 뿐 근무 시간은 동일하며 근무 장소만 달라지는 것”이라며 “실효성은 없고, 단순히 치적을 내기 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충남도는 주 4일 근무제를 주 4일 출근제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표현이 과하다고 판단해 주 4일 출근제로 표현을 바꿨다”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도는 이밖에 육아를 성과로 인정해 육아휴직자에게는 A등급 이상의 성과등급을 부여하고 근무성적평정에서도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민간기업과도 ‘직장 분위기 바꾸기 캠페인’을 펼치고 아이 키움 배려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 최대 1억원의 육아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 15개 시·군에서는 평일 야간과 주말·휴일 24시간 운영되는 ‘전담보육시설’을 설치해 0~5세 영유아의 보육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또 84㎡(34평형) 규모의 아파트를 6년 전 가격으로 분양하는 ‘충남형 리브투게더’에 대한 임신·출산 가구 특별공급 비율을 기존 55%에서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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