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나의 기억' 3일 출간
바티칸의 정치 게임, 콘클라베 뒷이야기 털어놔
프란치스코 교황 |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자기 생각을 지지해줬다고 회고했다.
교황은 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후계자: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나의 기억'에서 베네딕토 16세와 얽힌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2일 보도했다.
'후계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스페인 일간지 ABC의 바티칸 주재 기자 하비에르 마르티네스 브로칼과 한 대담을 묶은 책으로 스페인어로 출간된다.
미리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생전 베네딕토 16세는 익명의 추기경들이 동성 커플의 시민 파트너십을 옹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려고 그를 찾아갔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을 두둔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책에서 "그들(추기경들)은 사실상 나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베네딕토 16세의 집에 찾아가 그의 앞에서 내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들은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들에게 사안을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건 이단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옹호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교회의 포용성을 확대하려 노력했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엔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성은 교황청 내 강경 보수파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
프란치스코 교황은 책에서 베네딕토 16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2005년 콘클라베와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2013년 콘클라베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2005년 당시 추기경들이 베네딕토 16세의 선출을 막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베네딕토 16세를 후보에서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들은 나중에 나에게 외국인 교황, 즉 비(非)이탈리아인 교황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며 교황 선출 과정에 냉혹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음을 내비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결국 자신이 교황이 되는 걸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런 '공작'에 마침표를 찍었고 그에 따라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에 선출됐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당시 교황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라칭거(베네딕토 16세의 독일 이름)뿐이었다"며 자신도 그에게 투표했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이후에도 정치적 공작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추기경들이 연합해 아르헨티나 출신인 그에게 라틴아메리카 교회에 대한 질문으로 괴롭히면서 지지 의사를 암시했는데도 정작 본인은 이를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 규칙을 개혁하려 한다는 소문을 부인했다.
다만 그는 교황 장례식 의전은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네딕토 16세의 장례식이 "교황의 시신이 열린 관에 안치돼 노출되는 마지막 장례식이 될 것"이라며 그는 교황 역시 '교회의 다른 아들'처럼 품위 있게 그러나 과하지 않은 방식으로 묻히길 원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후 자신이 묻힐 곳으로 역대 교황 91명이 안장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이탈리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지정하기도 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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