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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애플이 부르면 죽음의 키스”...핵심인재 빼가고 소송 남발하는 ‘갑질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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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 뉴욕시 맨해튼 5번가의 애플 매장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하면서 ‘애플 갑질’ 문제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개발자 커뮤니티인 해커뉴스와 레딧에서는 ‘애플 갑질’을 성토하는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자신을 개발자라고 밝힌 매트 버칠러는 “아이폰 덕분에 많은 회사가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애플이 미국에서 지배적인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어 다른 누군가가 ‘제2의 애플’이 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사례는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댓글에는 “애플 비즈니스의 가장 큰 죄악은 애플의 운영체제 iOS 플랫폼 안에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면서 “윈도우즈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새로운 플랫폼 회사가 등장할 수 있었지만 애플 iOS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구축될 수 없었다”고 동의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서도 논쟁이 불붙었다.

익명의 레딧 사용자는 “아이폰이 RCS(개방형 문자메시지)를 더 일찍 지원하거나 iOS에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한다면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면서 “이 중 어느 것도 소비자에게 나쁜 것이 아닌데 왜 막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법무부과 16개주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낸 핵심 이유는 ‘폐쇄적 생태계’ 운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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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콘’ 이미지였던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로 소비자들을 가둬두면서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미국 정부가 앞장서 자국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애플 갑질’ 문제가 개발자,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거세게 제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관련 애플의 갑질 논란은 지난해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고발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당시 WSJ는 ‘애플이 부르면 그것은 죽음의 키스(When Apple Comes Calling, ’It’s the Kiss of Death‘)’ 제목의 기사로 애플의 중소기업 탈취 등 ‘갑집’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WSJ는 애플에게 피해를 당한 20여명의 사례를 토대로 “애플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에 접근해 협력하자고 제안한 뒤 핵심 인력을 빼내가는 등의 방식으로 기술을 탈취하고, 이후 대화를 끊은 뒤 중소기업의 기술을 그대로 베낀 기술을 출시한다”고 고발했다.

WSJ이 이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단 이유는 애플이 관심을 갖고 접근할 때, 처음에는 협력에 흥분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중소기업·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탄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애플은 당시 “우리는 기술을 훔치지 않고 타사의 지적재산을 존중한다. 타사가 우리의 기술을 모방하고 있으로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갑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핼액 산소 측정기 개발업체인 마시모와의 분쟁이 꼽힌다.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월부터 미국에서 ‘애플워치 시리즈 9’과 ‘울트라2’의 혈중산소 측정 기능을 비활성해 판매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마시모의 특허 침해를 이유로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이 포함된 웨어러블 제품의 수입금지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대체 방법을 제시하면서 소송이 끝날 때까지 애플워치 판매 금지 조치에 대한 집행을 유예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지만 올해 1월 최종적으로 애플의 요구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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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고발 기사에도 등장한 마시모는 2018년께 혈액 산소 측정기를 만들었고, 애플은 협력을 제안했다. 마시모는 애플워치에 자사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이후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애플은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2019년 마사모와 유사한 특허를 출시하고, 이듬해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워치를 내놓았다.

마시모 이외에도 심전도 측정용 시계 밴드 회사 얼라이브코어, 심박수 모니터링 기술 개발사 발렌셀 등도 이와 유사한 특허분쟁을 겪었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특허분쟁에서 기술을 탈취당한 회사가 특허권을 주장하면 애플이 특허무효화 등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무력화시킨다는 점이다. 지식재산권 조사 회사인 파텍시아(Patexia)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특허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특허 무효화 소송은 애플이 가장 많다. 소송 한 건에 드는 비용은 약 50만 달러(약 6억6000만원)으로,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비용이다. 블룸버그뉴스는 애플과 기술 특허 분쟁 중이 한 스타트업을 소개하며 “스타트업이 생존하고 싶다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안된다는 불문율이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한편 애플이 폐쇄적 생태계에 집중한 나머지 인공지능(AI)시대 대비에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혁신과 연관된 특허 신청 건수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재산권 연구기관인 그레이비(GreyB)에 따르면 애플의 특허 신청 건수는 지난 2021년 9494건 정점을 찍은 후 2021년 6157개, 2022년 4122개, 2023년 218개로 줄곧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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