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헌 더불어민주당 고양병 후보가 지난달 26일 오전 경기도 일산 백마역에서 출근길 시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24.03.26.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기 고양병은 일산신도시의 동부 지역을 포괄하는 선거구다. 지난달 27일과 이날 만난 고양병 유권자들은 재개발뿐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과 교통난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오전 7시 30분. 킨텍스 인근에서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백석동 주민 강모(42)씨는 지역 현안을 묻는 질문에 “재건축이야 십수년이 걸리는 일이지만 교통난은 당장 매일의 고통”이라며 “출퇴근 교통난 해소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류장은 길게 늘어선 승객과 빨간 광역버스, 하늘색 M버스로 인산인해였다.
“안녕하십니까 이기헌입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후보는 경의중앙선 백마역에서 지름 80cm의 원형 전광판을 등에 메고 출근길 인사에 열중했다. 1995년 김근태 전 의원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한 그는 민주당 총무국장·조직국장 등을 거쳐 처음 총선에 출사표를 냈다. 두 차례의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고 본선에 오른 그는 유세용 명함에 ‘전 (문재인)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대표 경력으로 적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후보가 둘러업은 전광판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당직자, 청와대 생활 동안 항상 새벽에 출근했어요. 25년을 일산에서 살았지만 늘 새벽별만 보고 다닌 탓에 지역 인지도가 낮아 이걸 고안했죠.” 8㎏짜리 전광판은 그에게 무명 신인의 무게인 듯했다. 악수할 때 뒤뚱거리는 그를 보고 지나가던 중년 남성이 등을 토닥였다. 이 후보는 “캠프에선 이 전광판을 ‘일산의 푸른 달덩어리’라고 부른다”며 “집권 2년차 선거는 항상 국정을 운영 세력에 대한 심판이었고, 이미 정권심판론의 큰 틀은 잡혔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고양병에서는 16대 총선 이후 한 차례(18대)를 제외하곤 민주당 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은혜 전 부총리 등 전국구 여성 정치인이 이곳을 거쳐갔다. 하지만 최근 서울 편입·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의 이슈가 지역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고양시 내에서는 고양병을 두고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곳’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장항 2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양준섭(48)씨는 “여긴 원체 민주당 성향이 많다”고 전했다. 웨스턴돔 쇼핑센터에서 만난 최숙자(68)씨는 “민주당 하는 걸 보면 믿음이 안 간다. 나는 국민의힘”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빨간 점퍼를 입고 지역구 곳곳에서 “이제 좀 바뀌어야 한다. 바꿀 수 있게 많이 도와달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는 “12년 민주당 고인물을 바꿀 때가 됐다”는 지역일꾼 심판론으로 이 후보의 정권심판론에 맞서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도 이렇다 할 정책 없이 정권 심판만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일산이 1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최악의 신도시로 전락했다는 주민들의 불만, 민주당에 대한 염증이 큽니다.” 신문사 편집국장, 뉴스 진행자를 거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혁신위 대변인 등으로 활동한 김 후보는 “고양병의 해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후보가 지난달 26일 경기도 일산 마두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2024.03.26.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방송에서 봤어요. 시원시원하게 할 말 하는 사람!” 중년 여성 서너명이 김 후보를 알아보고 반가워하자 김 후보는 “저희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 좀 잘해달라”며 악수했다. 마두역 사거리에서는 80대 남성이 “이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쉽지 않다. 마음이 속상해 죽겠다”고 김 후보를 격려했다.
고양시 서울 편입을 비롯한 ‘메가시티 서울’이 김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자유로 지하화, 바이오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기도 한 김 후보는 “같은 당 소속인 서울시장·고양시장과 지역 개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초등학교 딸과 함께 유세장을 지나던 한송희(38)씨는 “여기는 파란색이 좀 더 강하지만, 지역에 도움이 된다면 빨간색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공약을 잘 지켜줄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심새롬·이가람 기자 saerom@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