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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 큰 것이 아름답다고? 기후를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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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 ‘투모로우’(2004년 개봉)의 한 장면.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는 빅테크와 기후 위기로 반대하는 주민간 충돌이 불거지고 있다. 제공. 20세기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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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은 인류 문명의 미래를 좌우할 키워드다. 구글의 ‘제미나이’,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소라’, 엔트로픽의 ‘클로드3’ 등 더 ‘센’ 인공지능이 속속 출현하면서 인공지능이 기후위기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전 지구적 차원의 기상 예측과 기후 모델링, 탄소 감소 기술을 탐색해 지구 온난화 대책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거대 기술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되레 기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AI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생성형 인공지능은 개발·운영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전력이 필요한지 구체적 데이터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다. 거대언어모델 훈련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 정보 공개를 기업들이 꺼렸기 때문이다. 최근 그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미지 하나를 만들려면 스마트폰을 완전히 충전하는 정도의 전기가 소요된다. 지피티(GPT)3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을 훈련하는 데는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뉴욕에서 런던으로 600번 비행할 때 나오는 양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기술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리뷰’에 소개된, 인공지능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와 카네기멜론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특히, 더 크고 강력한 모델을 향한 거대 기술기업 간 경쟁이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힌다. 앞의 연구를 주도한 허깅페이스의 연구원 사샤 루치오니는 “현재의 인공지능 경쟁은 ‘큰 것이 아름답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이전보다 훈련용 데이터와 매개변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에너지 소모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거대언어모델 경쟁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이어져 전기·물 등 에너지 소비도 급증하게 된다.





■ 탄소 배출의 책임과 피해의 딜레마





전력소모가 많은 거대언어모델이 부각될수록 인공지능 기업 및 연구에서 불평등이 커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이 가능한 컴퓨터 자원을 지닌 거대 기업에는 자금·지원이 몰리지만, 중소기업이나 연구자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하기가 어려워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한 부의 불평등은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개인은 더 많은 부와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일자리와 소득 불안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탄소 배출도 양극화되어 중소기업, 기술에서 소외된 개인들에 견줘 거대언어모델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독점한 기술 대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이 압도적이다.



소득 불평등과 탄소 배출 불평등이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여러 데이터로 확인된다. 한국의 경우, 인구 절반인 하위 50% 서민들의 1년 탄소 배출량은 6.6톤이지만, 상위 1% 부자들의 탄소 배출은 180톤으로 약 27배나 많다. 세계불평등랩이 2021년 발표한 자료인데, 부유층은 넓고 쾌적한 주거 환경 유지와 비행기와 자가용 사용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위기의 책임은 부유층이 훨씬 크지만, 막상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 파괴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집중된다.



생성 인공지능의 개발과 이용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개발과정에서 얻는 이익은 기술 대기업이 ‘사유화’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화’되어 중소기업이나 가난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딜레마가 나타날 수 있다.







■ 문제는 거대언어모델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 불안이 커지면서 주민들과 거대 기술기업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구글이 우루과이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려다 기후위기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축소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과 기후위기 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출량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면 거대한 인공지능 모델과 작고 민첩한 모델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더 크고 센 인공지능’을 향한 무한 질주를 멈추고, ‘작고 효율적인’ 인공지능 개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본질적 해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구글의 인공지능 윤리팀 리더로 일하다 ‘내부고발’ 이유로 해고당한 팀닛 게브루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언어 모델은 규모는 작지만, 특정 작업이나 커뮤니티를 위해 섬세하게 설계된 언어 모델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거대언어모델에 맞서는 대안으로 분산형 연구소인 ‘민주적 인공지능연구소(DAIR)’를 설립했다. ‘큰 것이 아름답다’는 기존의 개발 흐름에 대한 성찰과 변화에 요구가 점점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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