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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보험 들어놓자"…韓기업들, 대관 인력 3배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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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 경제의 정치화) 우려에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vs 조 바이든 현 대통령’ 구도로 확정되면서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은 대관 역량을 강화 중이다. 둘 중 누가 되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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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맞춤형 ‘선제 외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일러스트=박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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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유독 이번 미 대선에 긴장하는 이유는 최근 4년간 대미 투자가 확연히 늘어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투자는 2020년 152억600만 달러(약 20조3258억원)에서 2021년 279억3100만 달러(약 37조3353억원)로 확 늘었고, 2023년까지 3년간 누적 850억2400만 달러(약 113조6515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반도체·배터리·신재생에너지·전기차 등 바이든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산업들에 대한 투자였다.

미국에서 4년 만에 다시 ‘정권 교체’가 된다면 바이든 정부가 투자 대가로 약속했던 혜택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당시 파격적인 보호무역 조치가 많았지만, 그래도 ‘재선’이라는 브레이크가 있었다”며 “만약 이번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트럼프의 보호무역 성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주요 그룹은 미국 대선 중심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미국 남부 애틀랜타에 있던 대관 조직의 근무지를 워싱턴DC로 옮기고 현지 대관 인력을 5명에서 15명으로 확대했다. 포스코 측은 “자국 우선주의 관련 법안이나 정책, 무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동향을 파악해야 하기에 사무실을 옮겼다”고 밝혔다. SK도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현지 대관을 통합한 ‘SK아메리카스’을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미국 투자 규모가 큰 기업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의 요직을 거친 인사들을 일찌감치 영입해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성 김 전 주한미국대사,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을 각각 자문역과 전무로 영입했다. 한화그룹도 최근 미국 현지 대관 조직인 코퍼레이트 어페어(CA)팀을 새로 만들고,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정이었던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대관 총괄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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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특히, 에너지 분야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한국 기업들이 공들이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향이 정반대라서다. 현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해외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칩스법’(반도체 산업 지원법)을 만들어 미국 투자 시 보조금 지급을 내세웠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화석연료 규제를 강화하고 친환경차 전환 지원을 위한 보조금을 확대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성공 시 화석연료 채굴 강화, 원자력 발전 확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 친환경규제 철폐 등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IRA나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기후 변화 대응보다 석유·천연가스 사용을 확대하는 자국 에너지 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IRA 발효 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한국 기업에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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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반면, 트럼프가 당선돼도 한국 기업들에 기회는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 몰려 있어 되레 트럼프 당선이 우호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태희 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미 차기 정부 통상정책 변화로 우리 기업이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한미 FTA를 통해 제약‧화석연료 개발‧내연기관차 수출 등 여러 분야에서 반사이익도 가능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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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정권이 바뀌더라도 틈새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예컨대 전기차 업계는 IRA 변경에 대비해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에 집중하거나 유럽 시장 판로 개척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통상 외교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미국 정계에 다양한 협의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 정부와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로비업체 등 총 20여 곳과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이 신문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일본이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계약한 로비 업체는 5곳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 정책 변화에 따라 타격을 입게 될 한국 기업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재계에선 ‘유턴 기업’ 요건을 완화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본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현재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해외 사업장에서 2년 이상 운영했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미국의 정책적 변화로 인한 투자 철회로 유턴한 경우가 생기면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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