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모든 사업영역에서 빠른 발전을 이뤄낸 데 주목했다.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통신 장비와 중국 내수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빈자리를 차지한 스마트폰, 7㎚(나노미터·10억분의 1m)를 넘어 5㎚ 공정에 도전 중인 칩 설계분야 등이다. 대중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첨단기술 자립속도를 높인 대표적인 ‘역효과 사례’의 상징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 31.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켰다. 화웨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통신 장비에서 나온다. 중국 내수시장 외에도 중남미와 아프리카·동남아 시장을 장악했다.
백도어(인증 없이 통신망에 침투할 수 있는 장치) 등 보안 문제가 불거지며 미국과 유럽·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화웨이 퇴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을 내세워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주요 국가들이 화웨이를 퇴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정작 지난해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매출은 2.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의 성장은 눈부셨다. 지난해 화웨이의 소비자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7.3% 늘며 주요 사업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 신형 스마트폰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 궈차오(國潮·애국주의 소비) 열풍을 일으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애플 아이폰의 중국 시장점유율이 전년(19%)보다 하락한 15.7%를 기록하며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은 사이 화웨이가 2위(16.5%) 자리를 꿰찼다. 올해 화웨이의 연간 시장점유율은 15%를 돌파하며 애플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수출 제재로 반도체 등 공급망을 자체 확보한 덕분에 기술 자립과 수익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이다. 당초 화웨이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인 AP 설계·생산을 해외 기업에 의존했지만, 제재 이후 한동안 자체 칩 설계에 매달렸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메이트60 시리즈엔 7㎚ 공정이 적용된 칩을 사용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는 5㎚ 칩 설계에 도전한다.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은 대부분 주력 AP로 4㎚ 칩을 쓴다.
클라우드 컴퓨팅·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 사업 관련 매출도 크게 늘었다. 대중 제재로 내수시장에서 적수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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