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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20~30석 당락’ 의협 손에 있다며 겁박, 대화할 의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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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의협회관에서 연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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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의사를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신임 회장 당선자가 연일 거친 언사로 정부·여당에 대한 맹공에 나서고 있다. 한달 넘게 장기화되고 있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 우려가 큰 상황인데, 사태를 수습해 나가기는커녕 더 악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다가오는 총선을 지렛대 삼아 또 다른 실력행사를 도모할 때가 아니라,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사분오열된 의사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29일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는 정부 제안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정부·여당에 미루면서,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장기화에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인데, 대화를 통한 사태 수습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임 당선자는 4월 총선에서 여당 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낙선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앞서 언론 인터뷰에선 “의사에게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력행사로 정부·여당과 대립각만 세우겠다는 것인가.



필수·응급의료를 담당하는 대형병원이 정상 운영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한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정부·여당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임 당선자는 ‘의대 정원은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500~1000명 감축해야 한다’(언론 인터뷰)는 극단적 발언으로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의대 증원 자체를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이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정부의 2000명 증원 계획에 반대하는 것이라면 의사들이 합리적으로 여기는 증원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 간의 대화가 성사되려면 양쪽이 추락한 신뢰관계부터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전공의 행정처분 유예 조처에 대해, 임 당선자는 “진일보한 조처”라면서도 “대화를 하려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대화 제의를 했던 정부도 ‘의사 집단에 굴복하지 않고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며 발언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이래서는 한발짝도 진전을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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