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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60세' 남양유업, 오너 시대 끝났다…'한앤코 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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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주총서 한앤코 이사 선임안 모두 가결
'백기' 든 홍원식 회장, 반대표 행사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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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경영권 분쟁이 약 2년 반만에 일단락됐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교체되면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체제가 막을 내리고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됐다.

주총서 완승 거둔 한앤코

남양유업은 29일 서울 강남구 본사 강당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을 가결했다.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은 임시 의장 및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부결된 안건은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기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뿐이었다.

이에 따라 홍원식 회장의 임기가 지난 26일로 종료됐고 한앤코 인사들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한앤코는 이미 지난 1월 4일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지분율 52.63%)가 한앤코로 넘어가면서 최대주주도 한앤코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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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양유업의 정기주총 주주명부가 지난해 말 폐쇄되면서 한앤코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날 주총 기준 여전히 홍 회장이 최대주주로 등재돼있어, 홍 회장이 한앤코 임원들의 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번 주총에서 홍 회장은 패배를 승복하고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한앤코는 이번 주총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법원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8일에는 경영진 교체 안건을 상정할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어 26일에는 홍원식 회장 등 가족들이 정기주총에 상정할 안건들에 '찬성'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22일 '주주의 권리'를 이유로 들어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법원이 지난 18일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하면서 홍 회장의 '버티기 전략'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교체에 실패하더라도 최대주주인 한앤코가 임시주총을 열어 자력으로 이사회를 바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발목 잡은 홍원식

남양유업은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따 설립한 회사다. 1990년부터 홍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남양유업은 2000년대만 해도 유업계 1~2위를 다투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악화했다.

2013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는 등 '밀어내기' 갑질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이후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사건도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았다. 경쟁사 비방, 과대광고 등으로 계속 구설수에 오르면서 남양유업은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결정타는 지난 2021년 '불가리스 사태'였다. 당시 남양유업은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가 큰 홍역을 치렀다. 결국 이 논란으로 홍 회장은 남양유업을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했다. 하지만 같은해 9월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 지금까지 2년이 넘도록 소송전을 벌였다.

경영 정상화 시급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남양유업은 긴 법정 공방이 끝나고 비로소 새로운 주인을 맞게 된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사명 변경을 추진해 기업의 새 출발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또 그 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신사업에도 투자할 전망이다.

직원들은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모양새다. 회사를 오랜 시간 흔들어온 오너리스크와 경영권 분쟁이 마침내 종결됐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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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경영 정상화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누적 소실이 3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문을태 남양유업 노조위원장은 "오너리스크가 해소되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지만, 걱정도 큰 상황"이라며 "주총 결과는 이미 매각된 상황에서 결정돼야 할 내용들이었고 가장 중요한 점은 하루 빨리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사모퍼드 체제 하에 이뤄질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사모펀드는 최대 5년 내에 회사의 가치를 높여 재매각 해 그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 이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선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 위원장은 "다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하며 경영악화로 직원들이 감내하고 고생했던 것들의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노조는 한앤코와의 고용안정 등의 협약이 우선이고 직원들의 처우개선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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