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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바다 건너야 갈 수 있는 카카오 주총…온라인 중계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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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8일 카카오 제주 본사에서 열린 카카오 주주총회장 안의 모습.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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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9시 국내 한 상장사 주총 현장. 150석 규모 회의장에 40여명 남짓이 앉아있다. 취재진과 회사 노동조합원, 직원이 대부분이고 ‘일반 주주’는 10명이 채 안 됐다.



중소 상장사 주총 현장이 아니다. 주주가 186만명에 이르는 카카오 정기주총 현장 모습이다.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의 질책이 나올법도 했지만 노조만 질문할 뿐이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시종일관 평온한 모습이었다. 주총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카카오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서 주총을 열다보니 대다수 주주가 물리적으로 주총에 참석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온라인 중계도 없어 벌어진 일이다.



일반 주주들이 평일 오전에 참석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주총을 열거나, 온라인 중계조차 안 하는 상장사가 많아 주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정보시스템을 보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사 가운데 올해 정기주총을 온라인으로 중계하지 않은 곳은 30개사에 이른다. 여기에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주총을 연 7개사가 포함됐다. 카카오(제주)·포스코퓨처엠(포항)·에코프로머티(포항)·케이티앤지(대전)·한국전력(나주)·HD현대중공업(울산)·한화오션(거제) 등이다.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반드시 주총 현장에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공시된 주총 안건을 확인해 주총 하루 전까지 서면이나 전자투표를 할 수 있다. 대리인에게 의결권 위임도 가능하다. 카카오 측도 “전자투표제 등을 통한 지난해 주총 참석률은 60% 이상”이라고 설명한다. 비대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주주들은 주총이 단순한 의결 절차가 아니라 경영진과 직접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온라인 중계를 통한 접근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부산 기장군에서 열리는 주총 참석을 위해 하루 전부터 현장에 갔다는 박장호 아난티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켜보는 주주가 많을수록 경영진도 주총에서 더 책임감 있는 대답을 내놓게 되고, 주주들도 용기를 내 질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직원을 동원해 현장 분위기를 몰아가거나 면피성 대답으로 질문을 모면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계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국내 대표 아이티(IT)기업인 카카오 관계자도 “기술적으로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은 이미 온라인 중계를 한다. 주주 반응도 뜨겁다. 지난 20일 삼성전자 주총에는 온라인으로만 200여명이 참석했고, 실시간 질문도 이뤄졌다. 주총은 3시간이나 이어졌다.



기업들이 온라인 중계에 소극적인 건 법적 의무가 아닌데다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의 이런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정부가 추진 중인 전자주총 도입의 실효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법무부는 지난해 기업들이 완전 전자주총 또는 현장주총과 전자주총을 병행하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해 시행할 수 있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시간으로 의결권 행사도 가능한 점이 단순 온라인 중계와의 차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소장은 “결국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병행 방식이나 온라인 중계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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