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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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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은정 남편, ‘1조원대 다단계 사기’ 22억 받고 업체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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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0만명... 다단계 수임료 최고액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사법연수원 29기)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의 남편 이종근(28기) 변호사가 다단계 피해 액수 최대 1조원대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에서 업체 대표 등의 변호를 맡아 총 22억원을 수임료로 받은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이 수임료는 다단계 사기 사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이종근 변호사, 박은정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 부부./법률사무소 계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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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은 자신들이 만든 쇼핑몰에서 농·축·수산물을 사고팔아 원금과 고금리 이자를 돌려받게 해주겠다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휴스템코리아가 투자자 10만여 명으로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1조1900억원 이상을 수수한 혐의(방문판매법 위반)로 이 회사 법인, 회사 대표 이모씨 등 10명을 지난 1월 기소했다. 검찰은 휴스템코리아가 영농 조합 법인을 가장한 다단계 유사 조직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휴스템코리아의 사기·유사수신 혐의는 경찰이 추가 수사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종근 변호사는 작년 말~올해 초 휴스템코리아 법인과 대표 이씨, 본부장 조모씨, 모집책 조모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됐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8일, 지난 26일 두 차례 휴스템코리아 1심 재판 법정에 직접 출석해 변호를 하기도 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지난 5일 조씨 두 명에 대한 변호는 사임했다.

경찰은 휴스템코리아의 자금 흐름을 쫓는 과정에서 22억원이 이 변호사 측에 변호사비로 건너간 것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가 휴스템코리아 측에서 받은 수임료 22억원에는 부가세 명목 2억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휴스템코리아 측은 경찰 조사에서 ‘22억원은 이 변호사에게 건넨 변호사비 명목’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인은 “변호사비가 피해자들의 피 같은 쌈짓돈에서 나왔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이 변호사는 다단계 피해 액수 4000억원대에 달하는 ‘아도인터내셔널 사기 사건’의 변호인으로도 선임됐다. 아도인터내셔널은 원금 보장과 ‘일 2.5%’ 고금리를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해 약 360억원을 가로채고, 4467억원 상당의 유사수신(금융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를 상대로 금전을 조달하는 것) 범행을 저지른 등 혐의로 작년 10월부터 관련자가 줄줄이 기소됐다. 이 변호사는 지난 19일 기소된 아도인터내셔널 계열사 손모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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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 변호사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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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살인 등 강력 범죄자라도 그를 변호하는 걸 나무랄 순 없지만, 이 변호사라면 적어도 다단계 사기 사건 피고인 변론은 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작년 변호사 개업 당시 출연한 유튜브 방송에서 “가정주부나 노인 등 (다단계) 피해를 당한 분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 분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회복하며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이 유튜브 방송은 비공개 처리됐다.

그는 1999년 검사로 임관할 때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 배치된 뒤부터 불법 다단계 수사를 전문으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조원대 조희팔 사기 사건, 2조원대 제이유 그룹 사기 사건 등을 수사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으로 이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기 다단계·유사수신 사건 분야에서 1급 공인전문검사 ‘블랙벨트’ 인증을 받았다. 한 검사는 “다단계 수사를 전담으로 하던 검사가 퇴직하자마자 다단계 사기 사건의 가해자 변호를 수임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작년 2월 검찰을 떠났다. 검찰 재직 당시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형사부장, 서울서부지검장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친문 검사’로 불렸다.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NL 운동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한 법조인은 “이 변호사는 자신이 검사 시절 내뱉은 말들과 모순된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다”며 “거액의 변호사비는 피해자들의 피같은 쌈짓돈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휴스템코리아 측이 변호사비를 가장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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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와 박은정 후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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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달 조국혁신당에 입당한 박은정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총선 후보 재산 내역에 따르면, 박 후보 재산은 본인(10억원)과 남편 이종근 변호사(39억원) 등을 모두 합쳐 49억8100만원이었다. 이 변호사가 작년 2월 검찰을 나오며 그해 5월 신고한 공직자 재산 내역을 보면 부부의 재산은 8억7526만원이었다. 1년 만에 재산이 41억원 늘어난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 변호사가 수임한 다단계 사기 사건의 수임료가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채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정 후보는 검찰 재직 시절 대표적인 ‘친문재인·친추미애’ 검사로 불렸다. 박 후보는 지난 2020년 2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파견을 마치고 당시 추미애 법무부의 감찰담당관으로 발탁됐다. 박 후보는 감찰담당관으로 있으면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한 의혹을 받았다. 박 후보는 이 의혹으로 최근 법무부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고, 공수처가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변호사는 수차례 연락에도 답하지 않았다.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라는 자동 응답 메시지만 회신됐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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