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다들 출근해야 하는 거 모르나”…버스 파업에 시민들 ‘분통’[르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2년 만의 서울 시내버스 파업에 시민들 발 동동

특히 노년층은 출근길 혼란 가중

택시도 잡히지 않아 역까지 걸어가는 시민들도

[이데일리 사건팀] 28일, 12년 만에 불거진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시민들이 출근길에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정보에 취약한 노년층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해 버스 정거장에서 발을 동동 굴렀고, 혹시나 하는 기대에 정거장을 찾은 직장인들이 전철역까지 뛰어가는 장면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데일리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버스들이 출발 대기 중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버스정거장의 운행 안내 표지판에는 ‘버스파업, 타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그런데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시민들은 정거장에서 어리동절한 모습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목동으로 가는 버스를 여기서 매일 탔는데, (버스의 현 위치가) 차고지라고 떠 있어서 너무 당황스럽다”며 “오늘 시내버스가 파업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생 이모씨도 “(학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파업 때문에 탈 수가 없다. 일단 당산역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가서 갈아타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노년층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서보건소 인근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70대 여성 김모씨는 “(버스 안내판을 보며) 이거 왜 이러는 건가. 세브란스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터로 향하던 70대 여성 이모씨도 “합정역 근처에서 일을 하는데, 매일 타던 버스의 위치가 ‘차고지’로 떠서 뭔가 싶다. 주변 청년들에게 물어봤더니 파업이라고 한다”며 “살기도 어려워 죽겠는데 왜 파업하고 난리인가. 아침에 다들 출근하는 것 모르냐”고 소리를 높였다.

다른 지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울 성북구 한성대입구역 인근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60대 남성은 취재진이 ‘버스 파업인데 버스를 기다리고 계시냐’고 묻자 “그러느냐”고 화들짝 놀랐다. 그는 “내가 가는 곳은 지하철로 가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옆애 있던 40대 여성도 “버스가 오는지 안 오는지 깜깜이다. 파업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는 파업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다른 교통수단을 활용하면서 텅 빈 모습을 보였다. 이 곳에서 만난 간호사 정모씨는 “7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해서 6시 40분에 나왔는데 버스가 없어서 놀랐다. 20분을 기다렸는데 다른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해야 겠다”며 “빨리 출근해야 하는 날이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한편 이날 버스 파업으로 택시 수요가 커지면서 택시 호출 앱 등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유료 서비스를 활용하더라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상당수 목격됐다. 50대 박모씨는 “파업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이렇게 되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시민 불편을 너무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