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용인 토박이’를 자처한 김모(62)씨는 24일 경기 용인갑을 ‘보수 텃밭’으로 보는 외부의 평가에 손을 저었다.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의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그는 “동탄이나 이천에 일자리가 늘다 보니 포곡에는 빌라가 많아졌고, 도심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 이젠 (표심을)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갑에 출마한 이상식 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이원모 국민의힘,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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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인구 전체를 선거구로 둔 용인갑은 전형적인 경기도의 도농 복합 지역이다. 보수 정당은 용인갑의 농촌 표심을 바탕으로 19~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자를 배출했다.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수도권에서 참패했을 때도 정찬민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는 7.2%포인트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으면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했다.
하지만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추진에 용인갑이 ‘반도체 벨트’의 핵심으로 부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파트 입주로 도심이 확대되는 사이 농촌 지역도 반도체 생산기지로 변모하게 됐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인 원삼면에는 SK하이닉스가, 이동·남사읍에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용인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국민의힘 이원모, 개혁신당 양향자(기호순) 후보도 앞다퉈 ‘반도체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상식 후보는 “국립 반도체 대학 신설”, 이원모·양향자 후보는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기 착공·완공”을 1호 공약으로 소개했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상식 후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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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일하게 검사(이원모)vs경찰(이상식) 출신 맞대결 지역이지만 두 후보 모두 ‘검경 프레임’을 거부했다. 이상식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이원모 후보가 전략공천되자 “용산의 호위 무사를 본격적으로 내리꽂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본 후보가 된 뒤로는 공개적인 정권 비판은 삼가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 중인 김지섭(39)씨는 “앞으로 큰 기업이 들어올 텐데, 반도체 단지를 활성화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면 좋겠다”며 “진영과 정파에 매몰되지 말고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택시 기사인 신진식(67)씨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질린다. 깨끗한 정치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용인시장 도전 후 2년째 지역구를 닦아온 이상식 후보는 자신을 “지역 일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이 많은 남성은 무조건 형님, 나이 어린 남성은 동생이라고 부른다”며 “이원모·양향자 후보보다 먼저 용인을 닦아온 만큼 인지도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상가를 다니며 “또 뵙습니다. 선배님”이라고 인사하자 상인들은 “도대체 인사를 몇 번 하느냐”고 했다. 유세 중인 이 후보를 알아본 한 초등학생은 “국회의원이 될 아저씨”라고 했다.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용인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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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용인갑 유권자의 지역 발전 기대감을 겨냥해 ‘바보야, 문제는 처인 발전이야’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15일 박상우 국토교통부·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면담하며 차질 없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인·허가와 전력·용수 인프라 확충을 당부했다. 그는 “이념 논쟁은 진부한 정치 논리”라며 “분진 문제, 토지 보상 등 주민 애로사항을 누가 더 정부와 지자체에 잘 전달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남사읍에 거주하는 김모(45)씨는 “공사 중 발생할 교통 혼잡이 걱정”이라며 “여당 후보니 소통도 잘 되고, 마침 용인시장도 여당 소속이니 민원에도 발 빠르게 대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가 2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에서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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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양향자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반도체 벨트’ 도전을 위해 용인갑에 출마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후보는 지난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여주는 ‘K-칩스법’ 통과를 이끈 경험을 토대로 “진짜 반도체 전문가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제3당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인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이준호(31)씨는 “삼성전자 출신이라 현안에 더 밝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경진 기자 |
15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가 막판 변수가 될 예정이다. 양 후보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력과 이름만 넣고 이원모 후보와 용인갑 유권자의 판단을 받아 볼 의향이 있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보수 진영이 단일 후보로 통일된다. 이 후보 측은 “정식으로 제안 받은 바가 없어서 검토하진 않았다”며 “진위 파악이 우선이다”고 답했다.
이창훈·장서윤·김정재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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