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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슈퍼개미→최대주주→이사회 멤버…'디딤대첩' 주총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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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디딤이앤에프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대홍프라자 2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사진=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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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이앤에프 임시 주주총회에서 현 경영진의 해임 건과 최대주주 김상훈씨 등 5인의 사내이사 선임 건이 통과했다.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주총장에는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김씨는 "모험은 이제 시작"이라며 "회사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27일 주식회사 디딤이앤에프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대홍프라자 2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는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 김상훈씨와 사측 이정민 디딤이앤에프 대표를 비롯해 주주 및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했다.

김씨 측의 제안으로 열리게 된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이정민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인(이정민·이규·김모둠)에 대한 해임의 건, 최대주주 김씨 등 5인(김상훈·안동욱·김지원·김대은·박성훈)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졌다.

주총은 오전 11시 시작 예정이었다. 1시간 전인 10시부터 주총장 앞은 시작 전부터 참석을 위해 찾은 주주들로 북적거렸다. 주총장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앞서 주총을 두고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되면서 사측과 최대주주 측 사이의 갈등은 깊어져왔다.

3년 전 디딤이앤에프 주식을 매수해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주주 A씨는 "사실 표대결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주주의 입장에서는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게 해주고 회사를 꼭 제대로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주총은 예정됐던 11시를 훌쩍 넘긴 11시 35분에 시작됐다. 일부 주주는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 측 대리인은 "출석 주식 수 집계로 인해 시작이 늦어진 점 양해를 구한다"며 "예탁결제원을 통해 주주명부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이 완료되는 즉시 주총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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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디딤이앤에프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대홍프라자 2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최대주주 김상훈씨 측이 주장한 위조 위임장./사진=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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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명부 확인 과정에서 위조 위임장이 발견됐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최대주주 측 대리인은 "안건 반대표를 던진 두 건의 위조 위임장이 발견됐다"며 "위임장을 낸 주주와 참석한 주주가 중복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총 후 확인 거쳐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주주명부 확인으로 지연된 주총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재개됐다. 경영진 이정민, 이규, 김모둠씨에 대한 해임의 건과 김상훈, 김대은, 박성훈 선임에 대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안동욱, 김지원 선임의 건은 후보 사퇴로 자동 폐기됐다.

총 발행주식 중 자사주를 제외한 회사의 주식 수는 5699만 6618주다. 그중 임시 주총 참석 주식 수는 2553만 3558주로 집계됐고, 각 안건에 찬성한 주식 수는 모두 동일한 2541만 9912주였다.

가결이 발표되자 주총장에는 환호와 박수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일부 주주들은 악수하며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 받기도 했다. 반면 어두운 표정으로 주총장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주주는 가지고 있던 서류를 찢어 바닥에 내던지기도 했다.

김씨는 폐회사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앞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을 주주분들께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은 이제 시작됐고 소액주주의 혁명도 이제 시작이다"라고 했다.

해임이 결정된 이정민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김상현씨가 순수하게 개미 투자자, 모험가로 포장돼 있는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라며 "소송으로 매각 등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크고 회사가 정상적인 모습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 예정이었던 오전 11시로부터 3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주주 B씨는 "안건들에 찬성표를 던졌고 모두 가결되긴 했지만 씁쓸한 마음은 여전하다"며 "새로운 경영진이 주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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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디딤이앤에프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송도대홍프라자 2층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했다./사진=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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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최대주주 김상훈씨는 디딤이앤에프 주식을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이를 통해 김씨의 보유 지분은 기존 7.63%(440만8888주)에서 0.57% 증가한 8.2%(473만9999주)로 늘었다. 현재 2대주주는 주식회사 테라핀(7.35%)이다.

김씨는 2022년 6월 17일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디딤이앤에프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1695원이었던 김씨의 평균 취득 단가는 과거 최대주주의 대량 매도 등의 영향으로 이번에는 38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지속 하락하자 그는 23차례에 걸쳐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1999년 4월 설립된 디딤이앤에프는 대형 직영 레스토랑 사업, 가맹 사업, 식품 제조·유통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백제원, 한라담, 공화춘, 도쿄하나 등의 유명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연안식당, 고래감자탕, 마포갈매기, 백년가공화춘 등의 가맹사업도 진행한다.

디딤이앤에프는 2019년부터 역성장을 보인다. 코로나19 여파와 인건비, 원자재가 부담 등의 탓이다. 2019년 119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609억원까지 줄었다. 영업적자도 계속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전년동기 대비 3분의 1수준까지 감소했다.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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