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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기후변화로 농사일 못 해” 목소리 높이는 노년층 ‘기후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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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오른쪽)와 노년 기후변화 단체 +60기후행동 회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시니어 기후위기 진정 간담회에서 기후변화 시대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종이 붓꽃을 선물하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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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더워지면서 오이, 토마토 등 열매 작물의 생육 기간이 짧아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위 때문에 오전 10시만 넘어도 해질 때까지는 농사일을 할 수 없고요. 노인들은 고립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

충청북도 충주시에 사는 한상훈(65)씨가 26일 ‘시니어 기후 진정’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여 년 전에 귀촌해 800평 땅에서 작물 농사를 짓고 있다. 한씨는 “노지에 농사를 짓는 고령층은 앞으로 폭염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비롯해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노인 생명권 보호 의무 안 해”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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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의 한 쪽방촌에서 어르신이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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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기후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년 기후운동단체 ‘60+기후행동’은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가 노인 생명권에 대한 기본권 보호 의무를 하지 않고 있다”며 진정을 신청했다. 한씨를 비롯해 평균 연령 63세 123명이 진정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0+기후행동은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자는 취지에 공감한 700여 명의 노년층이 만든 단체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기후위기가 고령자 등 취약계층 인권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역학조사를 신속하게 실시해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온열 질환 사망자의 65.8%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박태주 60+기후행동 위원은 “빈곤에 시달리는 노년층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이들을 방치하는 건, 정글에서 늙은 얼룩말을 사자 앞에 내버려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정치권이 기후변화 정책에 관심을 갖도록 노년층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석좌교수는 “저도 노인인데, 옆에 앉은 청년 보기가 민망하다. 기후변화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데, 청년들에게 노인들의 미래를 돌봐 달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기후 문제를 진작 정치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기후 유권자’로 떠오른 농업 종사 노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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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청 직원들이 26일 대전 중구 서대전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및 중구청장 재선거 대비 사전투표 모의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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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기후 유권자의 표심이 4월 총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녹색전환연구소·로컬에너지랩·더가능연구소가 설립한 ‘기후정치바람’이 올 1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1000명씩 총 1만70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3.5%는 기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 유권자’로 분류됐다. 기후 유권자를 지역·연령 등으로 분석한 결과, 전남에 거주하는 60대 농업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60~70대 농업인들은 지난해 기후변화로 큰 시름을 겪었고 요즘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사과, 파 가격이 물가 문제가 아닌 기후 문제라는 것을 안다”며 “올해 총선이 60세 이상 유권자가 2030 유권자 수보다 많은 첫 선거인 만큼 노년층 기후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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