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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하룻밤에 사라진 '한동훈 효과'… 교수 사직 강행에 '의정 갈등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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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공의에 유연한 처분" 약속에도
전국의대교수비대위 무더기 사직 강행
"제자 보호 구실, 증원 철회 목적" 비판
한국일보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에 반발하는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을 하루 앞둔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가 열리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시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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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이 24일 전격 회동한 이후 의정 갈등에 돌파구가 생기는 듯했으나 하룻밤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전공의 행정처분 유연화 방침을 밝혔는데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제자 보호’라는 사직 명분과도 배치되는 행태라 교수들이 진정으로 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공의들도 “교수들에게 중재를 요청한 적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의정 협상 진척 가능성도 어두운 형편이다.

의대 교수 무더기 사직… 환자 진료는 유지

한국일보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기자회견을 마친 후 요구안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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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대 교수들은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무더기로 사직서를 냈다. 19개 의대(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외에도 조선대, 순천향대, 충북대, 연세대 원주의대 등이 줄줄이 동참했다. 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2,000명 증원 철회와 함께 전공의 처벌 철회 및 명예 회복, 의료계 협의체 구성,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료정책 수립을 ‘대화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400명 이상 사직서를 제출할 전망이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이날 총회 이후 “앞서 교수 1,400명 가운데 900여 명이 답변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내겠다고 답했고, 오늘부터 자발적으로 제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528명) 울산대병원(151명) 강릉아산병원(88명)을 협력병원으로 두고 있는 울산대 의대에선 교수 767명 중 433명이 사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 40개 의대 중 39곳이 가입된 전의교협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와 정원 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현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자체적으로 교수 사직을 결의하진 않았지만, 별개 단체인 전국의대교수비대위를 비롯해 각 대학별 자율적 사직을 존중·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52시간 진료, 외래 진료 축소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다만 교수들 모두 중증·응급환자 진료는 계속할 예정이라 사직서 제출이 의료대란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유연한 처분” 방침에도 교수들 “증원 철회” 요구만

한국일보

25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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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전의교협을 만난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유연한 처리”를 지시하면서 의정 협상에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일기도 했다. 정부도 즉시 의료계와의 대화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에 착수했고, 26일에는 한덕수 총리가 서울대 의대에서 의료계 주요 관계자를 만난다. 하지만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 및 배정은 협의나 논의 대상이 아니라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2,000명 증원은 현재 의대에서 교육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동안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던 정부가 원칙에서 한발 물러나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유예나 처분 정지 등 선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정작 대화를 요구하던 교수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직서 제출 유예 같은 전향적 결정은커녕 ‘증원 철회’ 목소리만 되레 높여 사직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한 학계 원로는 “전공의 구제는 명목일 뿐 본래 목적은 의대 증원 무효화라는 게 드러난 셈”이라며 “양보 없이 모든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 하면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의정 갈등은 ‘증원 철회’(의사단체)와 ‘2,000명 협상 불가’(정부)로 맞선 논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연대 의대 교수)은 “증원 백지화가 ‘0명’은 아니다. 과학적 추계와 교육·수련 여건을 반영한 결과가 있으면 수용 가능하다”면서도 “입학 정원 확대를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재차 쐐기를 박았다.

전공의들 “황당”… 의대생 “휴학 승인” 요구

한국일보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 오후 경남 진주시 국립경상대병원 암센터 앞에서 경상대 의대 및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진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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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정부 간 공방전에 전공의들은 거리를 두고 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한 위원장과 전의교협의 간담회 소식에 “어느 전공의도 전의교협에 중재를 요청하거나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며 “전의교협은 일부 선배 의사 모임이기도 하지만 수련 주 52시간제, 폭력·폭언 시 수련병원 해제, 교육 중심 수련환경 구성 등에 대해 전공의와 각을 세우는 분들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를 향해선 “전의교협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자동차 노조가 사직을 했는데 (정부가)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물음표)”를 남겨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동맹휴학 중인 의대생들도 요지부동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휴학 승인을 요구하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돌아온다면 학사 운영엔 큰 문제가 없을 것”라며 거듭 복귀를 호소했다. 의대 교육 과정을 평가·인증하는 민간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전날 “대규모 증원으로 의학 교육 퇴보가 우려된다”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서도 “의료계 일반적인 입장으로 이해한다”며 “우려를 불식시키고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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