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기업 대부분 불공정거래
이복현 "기준미달 상장사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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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인 A사는 인수대상 B사가 자기자본 50% 이상을 까먹는 대규모 손실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자 거액 유상증자를 실시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후 B사 주가가 조금씩 오르자 A사는 증자 대금을 횡령하고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가지고 있던 차명주식도 고점에서 매도해 부당이득을 얻었다. 이후 주가는 무섭게 하락했고, 피해는 모조리 투자자 몫이 됐다.
금융감독원이 속칭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부실기업에 대해 집중 조사를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가장납입성(제3자 자금을 끌어와 자산으로 인식하는 행위)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회계분식을 하는 방식으로 상장폐지를 억지로 회피하는 기업을 찾아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최근 "기준 미달 상장사는 거래소 퇴출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데 따른 실제 조치에 돌입한 셈이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장폐지 단계를 밟은 기업 대부분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했다. 최근 3년 상폐 기업 44개사 중 37개사에서 불공정거래가 발견됐고, 이 중 조사가 완료된 15건에서 추려진 부당이득 규모만 1,694억 원에 달했다. 부정거래(7건)와 시세조종(1건), 미공개·보고의무 위반(7건) 등 방식도 다양했다.
실제 팬데믹 기간 한 제약사 최대주주는 코로나19 백신 국내 위탁생산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려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뒤, 보유주식을 고가에 매도해 부당이득 52억 원을 챙겼다. 이후 회계감사인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자, 감사보고서 공시 직전 주식을 매도해 105억 원의 부당이득을 추가로 챙기기도 했다. 불공정거래로 연명하다 개인투자자들만 손해를 떠안게 되는 전형적인 좀비기업 사례다.
금감원은 이와 같은 부실기업이 주식시장 내 자금 선순환에 걸림돌이 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로 작용한다고 봤다. 금감원은 총력 대응을 위해 조사국과 공시심사실, 회계감리국까지 투입한 합동대응체계를 조성한다. 상장 당시 추정한 매출액 등 전망치가 실제와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자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폐 회피 목적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종목을 정밀분석해 혐의가 발견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진입 측면에서 상장에 부적절한 기업이 분식회계나 이면계약 등을 사용한 경우 철저한 조사와 감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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