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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귀국한 이종섭, 당장 소환하라는데···공수처는 왜 안할까?[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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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 대사)가 ‘방산 협력국 대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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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이 귀국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그를 즉각 소환하라”는 요구가 나오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당분간 조사하기 어렵다”며 선을 긋고 있다. 출국금지까지 했던 피의자가 예상보다 조기에 입국하고 자진 출석까지 하겠다는데 공수처는 왜 조사가 어렵다고 하는 것일까. 공수처가 조사를 미루는 건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귀국한 뒤 연일 언론 공지를 통해 “수사 단계(상황)상 이 대사(이 전 장관)를 부를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압수물 분석이 끝나지 않았고, 군 하급자 등 참고인 조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통상 수사기관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 참고인 조사 등을 마무리한 뒤 윗선이나 핵심 피의자를 불러 조사한다.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한차례 불러 조사하긴 했지만 약식조사에 불과했던 터라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뒤 7개월째가 됐지만 명확히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을 놓고선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공수처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짚는 시각이 많다. 수사 인력 부족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공수처 검사 수는 처·차장 포함 25명으로 검찰 조직으로 보면 일개 지청 규모에 그친다. 출범 이후 검사 정원이 채워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수사4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은 부장검사 2명에 평검사 4명 등 6명에 불과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가 평검사 수만 총 20여 명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수사 인력은 한정됐는데 고발은 쌓여가니 공수처로선 수사에 순서를 정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채 상병 사건 수사는 후순위로 밀렸던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인 수사4부의 전신인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감사원 표적감사 사건에 주력했다. 공수처는 그 밖의 수사 인력 대부분을 경무관 뇌물수수 사건에 투입했다.

채 상병 사건이 감사원 표적감사 사건과 함께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한 사건이라는 점도 수사가 속도감있게 진행되지 못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채 상병 사건과 감사원 표적감사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 속도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월 총선 이후부터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한다. 여러 의견을 조율하다 보니 수사에 신속히 착수할 수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수처 지휘부의 공백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채 상병 사건 첫 압수수색 이후 처장 등 지휘부가 임기 만료로 모두 공석이 되면서다.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려면 인력을 보강하는 등 재배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처장 자리가 2개월째 비어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으나 윤 대통령은 한 달 가까이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부모가 없는데 자식들끼리 집안을 꾸려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라며 “외부로부터의 병풍과 우산이 돼줘야하는 처장이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선 공수처의 무능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실력과 경험이 없어 벌어진 문제”라는 것이다. 공수처에 주로 고발되는 사건이 채 상병 사건을 비롯해 직권남용처럼 입증이 어려운 사건이라서 건건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꼭 안 되는, 어려운 사건들만 골라서 해왔다”고 했다. 최근 채 상병 사건 언론 보도와 관련해 채 상병 수사팀이 검찰에 고발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수사 속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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