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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중국, 필리핀 선박에 이달 들어 두 번째 물대포…남중국해 긴장 갈수록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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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국 해안경비선이 23일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쏘는 장면. /AFP통신·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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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안경비대가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수역에 접근하는 필리핀 보급선에 이달 들어 두 번째로 물대포를 쐈다. 해당 수역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중국 해안경비대가 법률과 규정에 따라 전날 필리핀 선박을 몰아냈다며 “필리핀이 계속 중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중국은 지속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중국 해안경비대의 필리핀 선박 공격을 정당화하는 발언이다.

필리핀군은 전날 중국 해안경비대가 자국 보급선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필리핀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52분 중국 해안경비대는 토머스 암초에 정박한 필리핀 군함 ‘시에라 마드레’로 향하는 우나이자 메이(UM) 4호 보급선을 가로막고 고압 물대포를 쐈다. 물대포를 맞은 선박은 크게 파손됐고 승조원들도 다쳤다. 시에라 마드레는 중국이 분쟁 수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에 군사시설을 짓자 필리핀도 맞대응해 해당 수역에 고의 좌초·정박시킨 군함이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엑스(옛 트위터)에 중국 해경선의 물대포 공격 영상을 공개하며 “중국 측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필리핀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승조원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필리핀 선박을 향한 물대포 공격은 지난 7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다. 중국과 필리핀은 지난 21일에도 필리핀 선박이 자국 과학자들을 태우고 스프래틀리 군도 샌디케이 암초에서 해양 탐사를 벌인 일을 두고 서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의 선(구단선)을 긋고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데 필리핀 등 주변국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가 이런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필리핀은 중국의 영해 주권 주장에 대응해 남중국해에 계속 보급선을 보내 영해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한편 대중 견제 외교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호주를 방문해 앤서니 앨버니즈 호주 총리와 회담하며 대중 견제 협력에 뜻을 모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필리핀을 방문해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언급하며 “남중국해 분쟁에서 필리핀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일각에서는 미국이 남중국해 무력충돌에 개입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에 “중국은 시간을 끌며 토머스 암초에 정박한 필리핀 군함이 저절로 붕괴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필리핀과 중국 양측의 갈등이 깊어져 무력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반드시 그런 소규모 해양 영토 분쟁을 두고 중국과 싸울 의지가 그리 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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