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측, "의사진행 방해하나" 발끈
의결권 위임장 검표에만 1시간 넘게 걸려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본사에서 22일 제47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모습이 취재진이 모여 있는 회의실 벽면 스크린에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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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의 세 번째 '조카의 난'이 또다시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박찬구 회장 측과 그의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 측이 주주총회에서 신경전을 벌였지만 우호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박 회장 측이 표결에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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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01636000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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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는 22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47기 주주총회에서 박 전 상무 측인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자기주식 소각의 건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 등 세 건의 주주제안 안건을 모두 부결시켰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게 하는 안이다. 자기주식 소각의 건은 기존 취득 자사주를 올해 말까지 50% 다 팔고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소각하는 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화 이사회가 제안한 정관 변경 안건이 74.6% 찬성률로 채택되면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변경안은 자동 부결됐다. 이에 따라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정관 변경안과 연관된 자사주 소각안도 자동으로 폐기돼 별도 투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과된 정관 변경안은 주요 자사주 처분·소각 사항 결의 주체를 이사회로 확실히 못 박은 것이다. 또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김경호 의장 사외이사 추천안이 찬성률 23%로 없던 일이 됐고 금호석화 이사회가 제안한 최도성 사외이사 후보(한동대 총장) 추천안이 찬성률 76.1%로 통과됐다.
양측 지분, 약 5%포인트 차...우호지분이 승패 갈라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 금호석유화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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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박 회장이 기관 중심으로 더 많은 우호 지분을 얻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금호석화 지분율은 약 15%, 박 전 상무 측은 약 11%로 양측의 차이는 5%포인트 정도였다. 하지만 약 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박 회장 측 손을 들어주면서 승패를 가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 양측 사이에서는 날 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이 최도성 사외이사 후보의 과거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하자 의장인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이사가 "지금 최 후보자를 네거티브하는 것인가"라며 "간단히 얘기하시라"고 쏘아붙였다. 이후에도 김 본부장이 박 회장 관련 문제를 꺼내자 백 대표는 "주총장에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건가"라며 강하게 제지했다. 이날 주총은 양측의 의결권 위임장 검표에만 1시간이 넘게 걸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시작하는 등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표결에서 박 회장 측이 승리하면서 주총에서만 세 번째인 금호석화판 조카의 난이 막을 내린 셈이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주총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직접 주주 제안했다가 박 회장에게 패한 뒤 해임됐다. 그는 2022년 주총에서도 이익 배당, 사외 이사·감사 위원 선임을 두고 박 회장 측과 맞섰으나 또다시 졌다. 박 전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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