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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연금과 보험

적극 주주권 행사 나선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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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표대결’서 큰손 영향력 행사

한미약품, OCI와 통합안 대결

고려아연·영풍의 집안 싸움 등

국민연금 ‘키 플레이어’로 부각

삼성물산 맞붙은 행동주의펀드

국민연금 반대에 완패로 끝나

대한항공 등 사내이사 안건 반대

지분 영향력 미미… 뜻 못 이뤄

올해 주주총회 시즌에도 국민연금의 행보를 놓고 주식시장 안팎의 이목이 쏠렸다. 1000조원이 넘는 연기금 운용 규모로 보면 국내 증시의 가장 ‘큰손’인 데다 2018년 기관투자자의 투자책임 원칙을 강화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 후 보유 주식의 기업을 상대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고려아연과 삼성물산 등 ‘표 대결’이 진행된 몇몇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다만 지분 구조상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 몇몇 기업에서는 경영진 안건에 반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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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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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아울러 KT&G와 금호석유화학,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등 앞으로 표 대결이 예고된 기업 주총의 향방을 가를 ‘키 플레이어’로 지목됐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계획에 반대하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21일 동생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과 함께 연 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법률적 문제 등을 깊이 고려해 올바른 쪽으로 의결되도록 하는 것도 좋다”며 의결권 행사를 요청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그룹 사주 일가 간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키’를 쥐고 있다.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상대로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선 지분이 21.86%에 달하는 모녀와 지분이 20.47%인 형제의 팽팽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국민연금의 지분 7.66%가 어디로 향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임한 사례는 올해 여러 번 목격됐다. 그룹 공동 창업주인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간 분쟁으로 주목받았던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은 최씨 일가 측인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한 ‘결산 배당 5000원’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지분이 약 32∼33%로 엇비슷한 상태에서 지분 7.49%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사측 손을 들어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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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지난 15일 삼성물산 주총에서도 회사 이사회가 제시한 ‘결산 배당 2550원(보통주 기준)’에 찬성했다. 5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배당금을 올려야 한다며 주주 제안을 내놓았지만, 삼성그룹 일가에 이어 7.59%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사실상 이사회의 ‘완승’으로 끝났다.

국민연금이 매번 뜻을 관철해온 것은 아니다. 이날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의무가 소홀하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조 회장은 무난히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7.61%를 보유한 2대 주주이고,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26.1%로 확고부동한 1대 주주다. 결국 60%에 달하는 소액주주가 국민연금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효성그룹을 이끄는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조 회장은 횡령·배임 등으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고 조 부회장도 감시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무난히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말 기준 ㈜효성 지분율은 6.2%에 불과하지만,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56.1%에 달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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