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올해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그래픽=이지혜 |
은행권이 홍콩 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사회에서 손실 규모와 배상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ELS 판매규모와 형태가 은행별로 달라 실제 배상 속도에는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홍콩 ELS 손실 자율배상안을 공식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손실 규모 등 현황 공유가 이뤄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판매된 ELS의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보상 관련 절차를 조속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서 ELS 배상기준이 나온 후 이사회 간담회를 열어 설명회를 가졌고, 이르면 다음주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미 ELS 손실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이사회 일정을 확정한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하나은행은 27일 임시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은행별로 배상안 논의 속도가 다른 것은 ELS 판매 규모와 형태에서 차이가 있어서다. 홍콩ELS 판매 규모와 예상 손실 규모가 적은 은행부터 움직이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전체 홍콩 ELS의 손실 규모(증권사 판매 포함)는 1조7300억원으로 손실률 52%에 달한다.
가장 먼저 이사회에서 배상안을 다루는 우리은행은 올해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가 400억원으로 다음 달부터 손실이 발생할 예정이다. 손실률이 45%라고 가정했을 때 약 1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중 40~50%를 배상하면 배상규모는 72억~9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어 적극적인 배상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올해 만기도래 규모가 약 1조4000억원으로 5대 은행 중 우리은행 다음으로 적다. 여기에 상반기 만기도래하는 비중이 54%가량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적은 것도 유리하다. 2021년 ELS 판매 당시 H지수가 하반기 들어서며 하락했기 때문에 현재 수준의 H지수가 유지되면 올해 하반기 만기도래 상품들은 손실률이 상반기보다 떨어진다. 다른 은행의 경우 상반기 만기도래 비중이 60~80%에 이른다.
또 하나은행은 현재까지 손실이 확정된 상품도 상대적으로 적어 배상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시간도 적다. 증권가에서는 하나은행의 손실 배상 규모가 2000억원가량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로 자율배상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DLF 사태 후 내부 정비와 판매 규모 등을 봤을 때 배상 비율 책정 등에도 다른 은행보다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LS 판매규모가 큰 다른 은행은 배상 시뮬레이션 자체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실규모나 배상규모가 커 사외이사 등을 대상으로 자율배상을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또 자율배상과 관련한 배임 가능성에 관한 법률 검토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배상기준안을 발표했지만 기준을 마련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은행에서 조속히 하고 싶어도 대표사례의 분쟁조정위원회 결과 등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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