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앙은행 현금·유가증권…연 최대 4조원 이자수익 발생
美지원 늦어지자 무기구입 제안…금융 평판 악영향 우려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3.09.2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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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럽연합(EU)이 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에서 나온 최대 8조원 상당의 이자수익을 우크라이나 무기 구매에 사용할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보스니아와의 EU 가입협상 개시, 환경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농민 시위 등이 이번 정상회의 회담 테이블에 오른다. 그럼에도 최우선 의제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초대장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중요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면서 "흔들림 없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했다. 그러나 지난달 동부 격전지 아우디우카가 러시아에 함락되는 등 전선이 밀리고 있는 데다 최대 지원국 미국에서 600억달러(약 79조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이 공화당 반대로 5개월 넘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무기 구매로 방향을 틀었다.
호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러시아 동결 자산의 이자수익 중 90%를 우크라이나 무기 구입에 활용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의 제재로 동결된 자산은 총 3000억유로(약 435조원) 수준이며 이중 70%인 약 1900억유로(약 270조원)가 벨기에 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
유로클리어에 동결된 자금 대부분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현금과 유가증권으로 연간 25억~30억유로(약 3조6000억~4조3000억원)의 이자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EU 집행위의 설명이다. 서방 제재가 2년을 넘긴 만큼 지금까지 쌓인 이자 수익만 최대 8조원대로 추산된다. 보렐 대표는 이렇게 모인 이자 수익의 90%를 우크라이나 무기 구입에 쓰고 나머지 10%는 EU 중앙예산에 편입해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으로 충당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연간 30억유로는 엄청난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금액"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선 EU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들은 동결 자산의 이자 수익을 전용하는 건 국제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데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EU가 갖는 위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관련 방안이 승인될 가능성은 낮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또한 러시아가 자국 내 서방기업의 자산을 추가로 압류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보렐 대표의 구상이 알려지자 즉각 "노골적인 도둑질이자 절도"라고 맹비난했다. 크렘린궁은 EU 집행위를 겨냥해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들도 자신들의 결정이 유럽 경제와 금융 평판에 미칠 악영향을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제55 독립 포병 여단 소속 장병이 지난해 5월 동부 도네츠크주(州) 아브디브카 마을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하기 위해 세자르 자주곡사포에 155㎜ 포탄을 탑재하는 모습이다. 2023.5.3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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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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