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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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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김두관 리턴매치, 누가 될지 신도 모를 박빙입니더" [총선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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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될지 신(神)도 모를 박빙입니더. 인자 여기는 국민의힘이 안심할 수 없는 험지라예, 험지.”



20일 경남 양산시 동면을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 김명구(62)씨는 “그나마 유명한 김태호가 와서 접전이지, 다른 사람이 나왔으면 턱도 없이 깨졌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김두관이도 인물은 괜찮은데, 당이 쪼매 밸로(조금 별로)”라며 “내 주변엔 아직도 누굴 뽑을지 안 정한 사람이 천지삐까리”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중앙일보 취재진이 경남 양산을 지역을 18일부터 사흘간 밀착 취재했다. 2016년 신설된 양산을은 지난 2번의 총선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2%포인트 이내 차로 신승했다.

김두관(재선) 민주당 후보의 지역구인 이곳을 빼앗기 위해 국민의힘은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을 지역구로 둔 3선 김태호 후보를 양산을로 차출했다. 둘 다 경남지사 출신으로, PK(부산ㆍ울산ㆍ경남) 낙동강 벨트 최전선에서 중량급 현역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2006년 경남지사 선거에서 맞붙었던 두 사람의 18년만 ‘리턴매치’이기도 하다. 당시엔 김태호 후보가 이겼다.

양산을 주민 중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을 얘기하는 이가 많았다. 덕계종합상설시장에서 기자와 만난 상인들은 “(주호주 대사인) 이종섭이가 들어온다 카대” “윤석열이랑 한동훈이랑 싸워 사서 우짜노”라고 했다. 평산동에서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송호원(58)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매곡동(양산을)에 살다가 퇴임 후 평산마을(양산갑)로 가서 그런지 주민들의 정치 수준이 아주 높다”고 귀띔했다.



김태호 “힘 있는 여당 후보”



중앙일보

양산을에 출마한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가 18일 경남 양산시 웅상대로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부울경 교통망 인프라 확충 공동공약 협약식에 앞서 참석한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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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덕계시장을 찾은 김태호 후보는 한 속옷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빨간 내복 좀 주이소”라고 말했다. 주인이 웃으며 내복을 건네자, 김 후보는 “빨간 기운 받고 잘해볼게요”라고 했다.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유세 점퍼를 입은 김 후보는 비교적 큰 키(186㎝) 때문인지 어디서나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가는 곳마다 웃으면서 “아무리 바빠도 손은 한번 잡고 가야지예”라면서 악수를 건넸다. 김 후보를 바라보며 한참이나 속닥거리던 두 아주머니에게 ‘무슨 말을 했냐’고 묻자 “인물이 참 좋다고 했다”며 웃었다.

김 후보가 양산을로 출마 지역을 옮긴 지는 40일가량밖에 안 되지만, 상인들은 “어제도 오더만 맨날 오네”라고 반겼다. 김 후보는 “한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며 투표를 호소했다. “하이고 여론조사 보니 접전이더라”며 먼저 걱정해주는 상인도 있었다.

김 후보는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경남지사와 양산시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중량급 여당 후보가 가세하면 양산을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김 후보는 “양산갑보다 을 지역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며 “주민도 국가 예산을 가져올 수 있는 여당 후보에게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두관 “尹정부 이대로 둘 거냐”



중앙일보

양산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후보가 18일 경남 양산시 덕계오일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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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전, 김두관 후보는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유세 점퍼를 입고 덕계오일장을 찾았다. “장사 준비하시는데 미안합니더”라고 김 후보가 악수를 청하자 생선 손질하던 상인은 장갑을 벗고 손을 맞잡았다.

김 후보가 “이번에 세게 붙었는데, 꼭 좀 도와주이소. 기호 1번!”라고 외치자, 주변 상인들은 ‘엄지척’을 날리기도 했다. 한 상인은 김 후보의 손을 맞잡고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네. 윽수로 날씬하네예”라고 했고, 사방엔 웃음이 터졌다.

김 후보는 자신보다 연배가 높아 보이는 시민에겐 “행님”이라고 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행님들이 마이 안 도와주십니더, 이번엔 좀 잘 부탁합니더”라거나 “아휴 행님 나오셨습니까” 하는 식이다. 명함을 건네면서는 “여기 내 전화번호 있습니다. 나중에 문자라도 하나 남겨 주이소”라고 했다.

김 후보는 명함을 지역 맞춤형 공약을 담아 4종류로 제작했다. 덕계시장에선 ‘웅상 지하철시대!’, 양주동에선 ‘테크노밸리 조성사업 추진’ 등의 공약이 담긴 명함을 돌리는 식이다. 김 후보는 ‘정권 심판’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국정 전반에 대해 불만을 느낀 사람들은 ‘김두관이 꼭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세대투표 흐름…“웅상중앙병원 해결” 공통 약속



중앙일보

10만명이 거주하는 경남 양산 동부지역에 유일한 종합병원인 웅상중앙병원. 이 병원은 병원장 사망 후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3월 18일 자로 폐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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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낀 접전 분위기는 여론조사에도 반영됐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양산을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태호 후보 45%, 김두관 후보 4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세대투표 흐름이 뚜렷했는데, 김태호 후보는 60대와 70세 이상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김두관 후보는 40대와 19~29세에서 크게 앞섰다. 평산동에 사는 택시기사 허영기(66세)씨는 “고령층이 많은 구도심 웅상과 외부 젊은 층이 많이 들어선 동면(사송신도시 등)의 표심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선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 후보가 공통으로 신경 쓰는 지역 현안은 지역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개선과 의료공백 해소문제다. 특히 최근 야간 응급실을 갖춘 양산 동부 지역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웅상중앙병원이 폐쇄돼 양산을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호 후보는 “인수자를 찾아 웅상중앙병원을 조기 정상화하고, 장기적으론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인수·인계할 사람을 찾기 위해 대학병원과 의료재단 등 네 군데 이상을 접촉 중”이라고 했다.

경남 양산=김기정ㆍ이가람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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