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생활권 침해·무리한 결정"
전주시 "남은 90그루 벌목 중단
생태하천협의회 가동해 결정할 것"
지난 19일 전주시가 전주천·삼천변 버드나무 330여 그루를 잘라낸 데 반발한 시민들이 전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
'전주시는 더 이상 생태하천을 파괴하지 마라.'
1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전주시청 앞. 직장인 김명희씨는 최근 전주시가 버드나무 수백 그루를 벌목한 것에 대해 반발해 1인 시위에 나섰다. 김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버드나무 벌목과 관련해 전북환경운동연합·시민행동 21·전북생명의숲 등 구성원이 매일 1인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매일 전주천변을 걸으며 출·퇴근을 하는데 최근 1년 새 나무가 다 잘려 휑해진 모습을 보니 너무 속이 상했다"며 "힐링 공간이었던 전주천변이 되레 스트레스를 주는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삼천변을 지나던 주민 A씨는 "천변에 심긴 버드나무는 시민 생활 공간을 쾌적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며 "전주시는 근거 없이 나무를 다 베어 내고, 그 주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문화공간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앞뒤 안 맞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전주시가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지난해 3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전주천과 삼천 주변 버드나무 330여 그루를 잘라내자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초부터 전주시를 규탄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벌목 이후 우범기 전주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면서다. 이번 시위에는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문지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전주시의 무분별한 벌목 행태에 분노하는 시민이 많다"며 "당초 한 달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우 시장이 사과할 때까지 무기한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 시장의 공약사업 때문에 수종, 번성범위, 높이 등을 조사해 벌채하도록 돼 있는 정부 지침을 어겨 무리하게 벌목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주생태하천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수년 동안 비가 많이 왔을 때 전주천 제방까지 물이 넘쳐 흐른 적은 없다"며 "홍수 예방이 목적이면 다른 방법도 있을 텐데 시민 의견 수렴 등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강행해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버드나무 벌목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서명도 받을 계획이다. 시민행동21은 '물의 날'인 22일에 전주천 살리기를 목적으로 전주 한옥마을 남천교 아래에서 갯버들 심기 행사를 진행한다. 이 행사엔 1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전주천·삼천 버드나무를 지키는 시민 공동 행동'이 실시한 서명 운동에는 4,120명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수십, 수백 년 살아온 나무를 죽인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쓸데없는 예산 낭비 말고 나무를 그대로 둬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전주시는 남아 있는 버드나무 90그루는 벌목을 중단한 상태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달 말 이후 추가로 벌목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생태하천협의회를 가동한 상태이고, 시민단체 등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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