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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민간병원 진료 힘든데 공공의료원 접수창구 한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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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일 오전 인천의료원 원무과 접수창구 앞이 한산하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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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환자가 더 없어.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여기로는 안 오나봐.”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한달을 맞은 19일 오전, 인천시 동구 방축로에 있는 인천의료원 원무과 접수창구는 한산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유아무개(74)씨는 “여긴 우리처럼 갈 데 없는 사람들이나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접수가 시작되는 아침 8시30분에도 대기 중인 환자는 5명이 전부였다. ‘오픈런’이 벌어진다는 다른 민간 종합병원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오전 10시20분. 접수가 시작된 지 2시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접수 인원은 100명을 넘지 못했다. 실시간 대기 인원도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아무개(71)씨는 “접수하고 나서 바로 진료받았다. 오히려 오늘은 평소보다 환자가 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의료원은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뒤 병원을 찾는 시민들의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평일 저녁 8시까지였던 진료시간을 밤 10시까지로 늘리고, 주말에도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처에도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진료거부 사태 전에 견줘 달라지지 않았다. 의료원 관계자는 “한달 전과 비교해 내원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상급병원 이용이 어려워도 시민들은 공공병원보다 민간병원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인천의료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가 집계한 환자 현황을 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외래환자는 전공의 진료거부 사태 직후인 2월22~28일에 9만6759명이었지만 1주일 뒤인 2월29일~3월6일에는 8만4795명으로 줄었다. 입원환자도 같은 기간 3만6436명에서 3만5791명으로 줄었다. 가장 많은 환자 감소가 이뤄진 곳은 외래환자와 입원환자가 각각 1623명, 249명 줄어든 서울의료원이었다.



한겨레

19일 오후 인천시 동구 방축로 인천의료원 본관 앞. 내원객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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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은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서울의료원은 전공의가 진료를 거부하면서 환자를 못 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진 중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은 다른 지방의료원에서도 환자 수가 줄었다는 점에서 지방의료원을 찾는 환자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가 통계를 집계한 기간 외래환자 수는 35개 지방의료원에서 모두 줄었으며, 입원환자 수 역시 20개 지방의료원에서 감소했다. 올해 1월에 견줘 2월 병상 이용률이 줄어든 지방의료원도 25곳에 이른다.



공공의료 전문가와 공공병원 관계자들은 환자가 지방의료원을 찾지 않는 이유를 투자 부족에서 찾는다. 한성희 건강과나눔 상임이사는 “코로나19 확산한 뒤 지방의료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받으면서 기존에 의료원을 이용하던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상이나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원의 위치가 도심과 멀어 일반 환자들이 쉽게 찾기 어려운 점도 이용객 확대를 가로막는다. 한 상임이사는 “지방의료원 조성 당시 땅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심에서 떨어진 곳을 부지로 선택하다 보니 대부분의 의료원이 외진 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의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경제 사정이 나쁘지 않은 환자들은 굳이 공공병원을 찾아오지 않는다. 정부가 수십년간 공공병원을 방치한 결과”라고 했다. 조 원장은 “모든 투자가 민간병원에 집중되는데, 양질의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이 왜 공공병원을 찾겠나. 상급병원 교수들도 환자들에게 공공병원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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