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당국자 "우크라 전황 심각해 당장 무기가 중요"…21일 정상회의서 논의
만장일치 합의까지 난항 예상…독일, '유럽 투자 위축' 우려에 회의적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제재로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당초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 대신 '무기 지원'에 쓰자는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일 회원국들에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의 90%를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 구입에 사용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나머지 10%는 EU 특별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예산으로 이전한 뒤 우크라이나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사용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자 수익 전액을 우크라이나 지원용 군사자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EU 27개국은 이미 작년 12월 러시아 동결자산 수익 활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비용으로 쓰자는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었다.
EU 고위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작년 12월만 하더라도 재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생존'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관한 논의였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고 무기가 물밀듯 끊임없이 전달되는 게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상은 27개국 동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렐 고위대표의 제안을 토대로 오는 21일 EU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주요 7개국(G7) 회원국, EU, 호주에 러시아 자산 2천820억달러(약 375조원) 상당이 증권과 현금 등의 형태로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67%에 해당하는 1천900억 유로(약 276조원)가 EU 회원국인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 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에 묶여 있다고 한다.
EU는 국제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2027년까지 역내 동결자산에서 150억 유로(약 21조 8천억원)에서 최대 200억 유로(약 29조원)의 세후 이자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돈을 압류해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 사용하자는 게 EU의 구상이다.
다만 역내 예치된 제3국 자산이나 파생 수익을 사실상 '임의로' 활용하는 것이 거의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27개국 만장일치 동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EU 주요 회원국인 독일의 경우 동결자산 수익을 임의로 사용하면 향후 유럽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당사국인 러시아도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EU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지만 27개국 장관이 만장일치로 지지하진 않았다.
EU 당국자도 "공식 제안이 내일(20일) 이뤄질 예정인 만큼 모레 정상회의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살아남는다면 그 자체로 일단 성공적"이라며 논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몇달 전에는 동결자산 수익 활용 자체를 두고 합의가 불투명했지만 이후 진전되지 않았나"라며 "21일 정상회의에서 이 아이디어가 '좋은 방향이며 향후 수주간 해결할 수 있는지 논의해보자'는 수준의 메시지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 꽤 환영할 만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