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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배고픔 해결하라!" 쿠바, 3년 만에 다시 민심 폭발... 공산국가 시위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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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폭등·식량난에 거리 시위
18시간 정전 "쌀, 분유 못 먹여"
2021년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
쿠바 정부 '미 제재'에 화살 돌려
한국일보

식량 및 전력난에 신음하는 쿠바 국민들이 정부를 성토하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도 쿠바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연대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18일 이들이 수감 중인 정치범 사진을 들고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마이애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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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음식을 달라!"

지난 17일(현지시간) 쿠바 제2의 도시 산티아고데쿠바의 주민 수백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날만 8시간 지속된 정전에 시달렸다는 이들은 냄비 등을 두드리며 "우리는 배고프다" "음식을 보관할 전기가 없다"고 소리쳤다.

공산 국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시위 물결은 엘코브레, 바야모 등 다른 지역으로도 퍼졌다. 교류 단절 65년 만에 지난달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기도 한 카리브해 뜨거운 섬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쿠바서 '이례적' 정부 성토 시위


18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쿠바에서 최근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이 그 배경이다. 물가 폭등과 식량 부족, 잦은 정전 등 전력 위기에 성난 국민들은 "생계가 위협당하고 있다"며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공산 국가에서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시위로 이어졌다.

최근 일부 지역에선 하루 18시간가량 전력 공급이 끊겨 그나마 있던 음식조차 냉장고에 보관할 수도 없었다. 17일 산티아고데쿠바 시위를 주도한 것도 "자녀에게 밥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 부모들"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날 쿠바계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연대 시위를 벌였다.

반미·사회주의 연대 주축 국가인 쿠바는 미국의 경제 제재 등을 거치며 경제 사정이 원래 안 좋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력이던 관광 산업이 무너져 상황은 더 악화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연 30%를 웃돌았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축소한다며 지난달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400% 넘게 인상했다. 달래도 모자랄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주민들에게 쌀과 소금, 분유 등을 배급하던 국영 잡화점도 비어가고 있다.
한국일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두바이=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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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대통령 "미 살인적 봉쇄 탓"


쿠바 정부는 시민들의 저항이 약 3년 만에 본격화할 조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1년 7월 수도 아바나 등 쿠바 곳곳에선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에도 경제위기에 시달렸던 시민들은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공산 정권을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쿠바 당국이 전국의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시위자 1,000여 명을 무더기로 체포하는 등 강경 진압을 펼치면서 당시 시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쿠바 정부는 경제난의 원인이 미국에 있다며 화살을 돌렸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미국의) 살인적 봉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쓸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미국과 쿠바 관계는 2016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해빙기를 맞나 싶었지만, 이듬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재차 경제 제재를 강화하며 어긋난 상태다.

쿠바 주재 미 대사관은 "쿠바 정부가 시위대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정당한 요구에 부응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쿠바 외교부는 "무례한 내정 간섭"이란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AP는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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