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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AI인프라 시장 다 먹겠다는 젠슨 황 "TSMC는 칩의, 엔비디아는 AI의 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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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자사의 신제품 GPU B100와 전작 H100을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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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퍼(엔비디아의 전작 H시리즈)도 환상적이었지만 콘텐트와 데이터양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더 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해졌습니다. 여러분께 아주 아주 큰 GPU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도마뱀 무늬의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기조연설에서 신제품 GPU B100와 전작 H100을 들어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새로운 칩 공개는 2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연설의 서막에 불과했다. 황 CEO는 GPU와 중앙처리장치(CPU)를 연결해 전작보다 성능을 30배 높인 슈퍼컴퓨터를 공개하는 것에 더해, 다양한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더 큰 GPU 공개에...빅테크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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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이날 공개한 신작 GPU 칩은 B100과 B200 두 종류다. 2022년 공개된 엔비디아의 ‘호퍼’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방식)를 대체하는 ‘블랙웰’ 기반으로 설계됐다. B시리즈는 GPU 2개를 연결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는 구조다. 현재 기술력으론 칩 하나에 넣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에 한계가 있는데, 이를 돌파하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기존 H100(800억개) 보다 2.5배 많은 2080억개 트랜지스터로 구성돼 연산 속도도도 2.5배 빨라졌다. B200의 기본 구조는 B100과 비슷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를 강화해 성능을 높였다. 젠슨 황은 “블랙웰은 모든 산업에서 AI를 구현시키며, 우리 회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칩 외에도 황은 B200 두 개와 자사의 그레이스 CPU를 연결시킨 GB200 슈퍼칩도 손으로 들어 올려 보이며 소개했다. 회사는 AI 시대 대규모 연산을 위해 이와 같이 GPU와 CPU를 결합한 슈퍼칩을, 이 슈퍼칩을 여러개 연결한 슈퍼컴퓨터 형태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GB200을 36개 연결시킨 GB200 NVL72는 기존 칩인 H100 대비 성능은 최대 30배 향상됐고, 에너지 소비는 최대 25배 줄였다.

블랙웰이 발표되자 빅테크 기업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젠슨 황은 글로벌 3대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에 블렉웰 AI칩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델·메타·오라클·테슬라 CEO를 비롯해 엔비디아 GPU를 대신할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엔비디아의 이날 발표를 환영했다. 엔비디아는 신제품의 가격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B100·B200 칩 1개의 가격이 5만달러에서 최대 10만달러까지 달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개당 1억원이 넘는 AI 칩이 등장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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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자사의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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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은 TSMC에, AI는 엔비디아에”



엔비디아는 AI 연산 칩 설계뿐만 아니라, MS나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기업용 생성 AI 서비스가 포함된 AI 엔터프라이즈 5.0를 출시했다. 우버가 현재 이를 통해 자사 플랫폼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날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AI인 ‘칩 디자이너 봇’을 강조해 소개했다. 황은 “우리는 칩 제작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에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챗봇을 활용하면 칩 설계자의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사실상 AI 파운드리다. TSMC가 칩을 위탁 생산하는 것처럼 우리는 AI 모델을 위탁 설계해주는 파운드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AI 반도체 시장 80% 이상 장악한 엔비디아가, GPU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자체 칩을 설계하려는 기업 고객의 수요까지 잡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이날 AI 칩 외에도 엔비디아는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듯 발표했다. 지멘스와 협업한 산업용 메타버스용 ‘옴니버스 클라우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생성 AI를 활용해 의약품 개발 등을 돕는 헬스케어 마이크로서비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 AI 인포테인먼트 기술 협력 등을 발표했다. 또한 자사의 프로그래밍 모델인 ‘쿠다 퀀텀’을 활용해 과학· 금융·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양자 컴퓨팅을 지원하겠다는 사실도 밝혔다.

기조연설 마지막에는 엔비디아가 직접 훈련시킨 애완동물 크기의 소형 로봇 ‘오렌지’와 ‘그린’이 걸어 나왔다. 황 CEO는 “여러분은 엔비디아의 영혼을 보고 있다”라며 “앞으로 움직이는 모든 게 로봇이 될 것”이라며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임을 알렸다. 엔비디아는 이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그루트(GROOT)’도 공개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AI와 관련된 기반 기술 전반에 엔비디아의 영역이 뻗어가고 있다”라며 “엔비디아의 AI 칩뿐만 아니라, AI 서비스 전반에서 엔비디아에 대한 기술 기업들의 의존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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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기조연설 무대에서 로봇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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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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