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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윤석열 정부 “러시아 대선 언급 삼가겠다”…서방과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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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17일 한 남성이 투표하고 있다. 러시아는 15~17일 대선에서 점령지 주민들에게도 투표를 하도록 했다. 도네츠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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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한·러 양국은 상호 관계를 관리하려는 데 공동의 의지를 갖고 있다”며 선거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이 “비민주적 선거”라고 강하게 비난한 것과는 미묘하게 다른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러시아 대선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의 최근 선거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푸틴 대통령 재선에 대한 축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적절성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점령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에서 투표가 진행된 부분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및 독립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대선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하는 입장을 이미 명백히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쓴 글에서 “러시아에서 치러진 유사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결과 또한 놀랄 게 없는 것”이라며 “푸틴의 통치는 독재적이며, 그는 검열과 억압,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불법적으로 선거가 진행됐고, 유권자들의 선택권도 박탈됐으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독자적인 선거 모니터링도 없이 투표가 종료됐다”며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서방 국가들과 달리 러시아 대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는 것은 ‘자유’를 강조하면서 ‘공산전체주의 독재’와 싸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그간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최근 러시아가 북한과 급속도로 밀착하고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면서 안보 우려가 커진데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하는 등 러시아가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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