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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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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복, 꼭 같은 색일 필요 있나요?” 리사이클링 선거복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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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재엽 대표가 지난 13일 경기 광명시의 웨어마이폴 사무실에서 ‘리사이클링 선거복’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배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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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도, 형태도, 새겨진 로고의 크기와 위치도 조금씩 달랐다. 경기 광명시의 ‘웨어마이폴’ 사무실에 놓인 견본 선거 운동복은 어느 하나 기존 선거 운동복과 같은 게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의 헌 옷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최재엽 웨어마이폴 대표(36)는 19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선거 기간에만 쓰이는 물품들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게 보기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영리 스타트업 웨어마이폴은 시민들이 입지 않는 옷을 선거복으로 만든다. 시민들이 보낸 택배나 제로웨이스트숍(쓰레기를 줄이는 가게) ‘알맹상점’에서 모인 헌 옷이 재료다.

지난 13일 찾아간 웨어마이폴 사무실에 쌓인 헌 옷들은 단체 행사에서 입었던 단체복부터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히 새겨진 티셔츠까지 제각각이었다.

일단 수집된 옷들은 색상·크기별로 분류한다. 세탁하고 수선해 기본적인 준비를 마치면 주문이 들어온 후보자의 기호나 당명, 이름을 옷 위에 인쇄해 ‘리사이클링 선거 운동복’을 만든다. 옷에 있던 로고나 자수를 덮고 정당명과 기호가 박히면 그럴듯한 선거복이 탄생한다.

최 대표는 10년 동안 선거 공보물·현수막·명함 등을 만드는 인쇄업체를 운영해왔다. 보름 남짓 짧은 선거운동 동안 쏟아지는 쓰레기를 보며 느꼈던 안타까움이 창업 계기가 됐다. 그는 “간판은 한번 만들면 5~10년을 쓰는데 선거 기간에만 쓰이는 물품들이 한꺼번에 버려지는 게 보기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선거가 끝나면 선거복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지역사회단체에 기부하려 해도 공직선거법 113조가 금지하는 ‘기부행위’에 해당돼 위법 소지가 있다. 그래서 선거 후 선거복은 대부분 폐기된다고 한다. 일부 선거에선 선거복을 라오스 등 해외에 기부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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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에서 ‘웨어마이폴’에 전달할 헌옷을 모으고 있다. 웨어마이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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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다른 선거복은 선거운동에 약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재활용된 선거운동복의 색깔과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 통일성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선거 운동원들이 통일된 당색의 옷을 입어온 선거 관행을 고려하면 현장의 수요가 많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최 대표는 “같은 흰색 티셔츠라도 완전 백색부터 누런 흰색까지 미묘하게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런 점이 리사이클링 선거복만의 다양성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2주 남짓한 선거운동 기간 중 모든 선거운동원이 모이는 자리가 몇 번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여러 운동원이 모이더라도 똑같은 옷을 입고 개성 없는 캠페인을 하는 것보다 조금씩 다른 선거복으로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웨어마이폴의 의미처럼 ‘국민을 대의하는 정치인이 유권자의 옷을 입는다’는 의미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단 한 후보라도 리사이클링 선거복을 입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이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 서울 마포갑 김혜미 녹색정의당 후보 캠프가 웨어마이폴과 계약을 맺었다. 김 후보 캠프는 선거사무원 전부가 웨어마이폴에서 제작한 30벌의 선거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할 예정이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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