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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조희대 대법원장, ‘사법농단’ 막겠다고 만든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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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후퇴·‘제왕적 대법원장’ 회귀 우려

경향신문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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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드러난 ‘사법농단’ 사건의 보완책으로 도입한 제도다. 대법원장이 독점한 사법행정권을 분산·견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자문회의가 폐지되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자문회의 폐지를 검토 중이다. 이날 일부 언론은 조 대법원장이 최근 자문회의 폐지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측은 “아직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사법행정자문회의 대법원 규칙은 ‘정기회의를 매년 분기별로 1회 개최한다’고 규정했지만 자문회의 의장인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해 지금까지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자문회의는 전임 김 전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핵심 정책이었다. 대법원장이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권을 독점하면서 법관들이 ‘윗선’ 눈치를 보는 관료화가 심해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법행정권 분산·견제 필요성이 높아졌다. 2018년 7월 법원 내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사법발전위원회가 자문회의 설치를 제안했고 2019년 9월 출범했다.

자문위원 9명 중 4명은 외부인사가 참여해 판결문 공개 확대, 법원장 후보 추천제 확대, 상고 제도 개선 등을 논의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자문회의에 대해 “사법부 사상 최초로 사법행정을 수평적 회의체에서 책임 있게 수행하는 의미 있는 시발점”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이 올해 법관 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행을 보류한 데 이어 자문회의 폐지까지 검토하면서 법원이 관료화가 심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문회의 같은) 사법행정위원회 체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나라처럼 법원행정처가 모든 사법행정의 권력을 장악하고 법관 위에서 군림하는 체제는 없다”고 했다. 이어 “자문회의가 미흡한 면이 있지만 이것마저 없애버린다면 대법원장이 행정처를 중심으로 사법행정권을 완전히 독점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상당한 퇴행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여연심 변호사는 “자문회의는 여러 한계가 있었지만 외부전문가를 위촉해 사법행정에 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라며 “대안 없이 그냥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간 사법개혁 논의를 미룬 정치권 책임론도 제기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2018년 12월 사법행정회의 도입 등 사법개혁 방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 개혁에 비해 법원 개혁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고 관련 논의도 진전되지 않았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폐지한다고 해도 자문회의 같은 기구를 전혀 두지 않을 수는 없다”며 “더 개선된 자문기구를 두기 때문에 폐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 자문기구 없이 사법행정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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