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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10대가 ‘치료약물 중독’ 가장 취약해”… 2023년 122명 중독으로 사망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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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비의도적 중독’ 2위

지난해 전국 15개 응급실을 방문한 중독환자 7700여명 가운데 120여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중 60대 이상이 80%에 육박하고, 10명 중 6명가량은 농약류에 중독돼 숨졌다. 치료약물로 인한 환자가 절반이상이었는데, 특히 10대의 경우 치료약물 중독이 80%에 달해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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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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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환자, 男 70대·女 20대 높아”

17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12월 전국 14개 시·도의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766명의 중독환자가 15개 기관을 내원했다.

중독은 자연적·인공적으로 존재하는 독성물질을 흡입, 경구 섭취하거나, 피부 접촉 등을 통해 과도하게 노출돼 질병이나 사망 등 인체에 위해를 미치는 상황을 말한다.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약물, 화학물질, 농약 등 독성물질 노출에 의한 국내 중독환자 발생은 연간 10만명 내외로, 이로 인한 진료비는 2022년 기준 약 58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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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중독환자 중 여성이 55.4%, 남성이 44.6%였다. 연령대는 20대(18.0%), 50대(14.5%), 40대(13.6%)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70대 이상이, 여성은 20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 이유는 극단적 선택이나 의도적 오용 등 ‘의도적 중독’이 전체의 66.1%로, 환자 3명 중 2명이 의도적으로 중독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도적 중독은 7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여성이 많았고, 연령대는 20대에서 가장 많았다. 사고나 작업장 중독 등 ‘비의도적 중독’은 전 연령층에서 남성이 많았고, 50~60대에서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세 미만에서는 대부분 비의도적 중독이었다.

◆“아동·영유아, 화장품·락스 등 중독이 1/3”

주요 중독 원인 물질은 치료약물(50.8%), 가스류(13.6%), 자연독성물질(12.4%), 인공독성물질(12.2%), 농약류(10.0%)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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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의 경우 80.5%가 치료약물에 의한 중독이었다. 세부 물질별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진통해열제·항류마티스제’(175건, 20.6%), ‘벤조디아제핀계’(166건, 19.6%) 순으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10세 미만 아동과 영유아에서는 야외활동이나 가정 내 사고에 의한 노출이 많았다. 특히 화장품, 락스 등 생활화학제품을 포함한 인공독성물질 중독이 31.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70대 이상에서는 농약류에 의한 중독이 29.9%(350건)로, 전체 농약류 중독(779건)의 44.9%를 점하고 있다.

◆“비의도적 중독 2위는 벌”

중독 이유에 따라 중독 원인 물질의 분포도 차이를 보였다.

세부 물질별로 보면 의도적 중독에서는 벤조디아제핀계(치료약물, 22.4%), 졸피뎀(치료약물, 12.3%), 일산화탄소(가스류, 10.2%) 순으로 나타났다. 비의도적 중독에서는 일산화탄소(가스류, 25.2%), 벌(자연독성물질, 12.7%), 차아염소산나트륨 포함 가정용품(인공독성물질, 5.5%)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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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조사대상자 7766명 중 49.5%(3,843명)는 중증 중독질환자에 해당했다. 중증 중독사례는 의도적 중독 환자에서 발생 비율이 더 높았고, 중증 환자의 연령은 평균 51세로 조사됐다.

중증 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은 벤조디아제핀계(치료약물), 일산화탄소(가스류), 졸피뎀(치료약물), 글라이포세이트(농약류)였다.

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치로는 위세척, 활성탄 사용, 기관삽관, 기계환기,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 혈액투석(Hemodialysis)이 비중증 중독 치료에 비해 많이 시행됐다.

◆“작년 중독 사망 122명...66%가 농약 탓”

사망 사례는 122명으로 전체 조사대상자의 1.6%였다.

사망자는 연령별로 70세 이상(63.9%), 60대(14.8%), 50대와 40대(각각 5.7%)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71.3%로 여성(28.7%)보다 많았다. 사망환자의 중독물질은 농약류(66.4%)가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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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고령층은 가정 내 농약류의 취급·보관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농약류에 의한 중독질환은 다른 중독질환에 비해 고령층 비중이 높고, 중증중독의 비율이 높아 농약의 취급·보관에 있어 고령층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비의도적 농약류 중독의 경우 대부분 집에 있던 농약을 음독한 것으로 조사돼, 공동보관소 또는 공동수거시설 운영 등 가정 내 농약류 관리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청년·중년 남성은 야외·직장에서의 일산화탄소 노출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산화탄소에 의한 중독질환은 20~40대 비중이 높고, 비의도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다른 중독 원인물질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주로 야외나 직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야외활동 시 난방기구 사용 등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중독질환에 비해 초기 중증도가 높아 적정 고압산소치료가 중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은 치료약물의 안전한 사용법 숙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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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는 모든 연령층 가운데 치료약물로 인한 중독 발생의 비중(80.5%)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비율(73.9%)과 의도적 중독 비율(83.4%)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를 고려할 때 청소년 대상 치료약물의 안전한 사용 및 중독 발생 시 대처 요령 등에 대한 교육·홍보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청소년들의 치료약물 중독 예방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중·고교를 대상으로 올바른 치료약물 사용법 및 응급처치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도 각 학교의 신청을 받아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 및 데이터가 질병관리청과 관계부처, 지자체 등의 중독질환 예방관리 정책에 유용한 근거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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