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회피? 말도 안되는 억지”
여당의 ‘공수처 수사’ 주장 하루 뒤
공수처 정조준하며 정면돌파 기조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문제를 다루기 위해 14일 국회에서 개의 예정인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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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중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 출국’ 논란을 두고 “공수처가 그간 (이 전 장관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14일 밝혔다. 공수처의 출국금지(출금) 조치는 “수사권 남용”, 수사 회피용 출국이라는 비판은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했다.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 여론이 향하자 공수처를 정조준하며 틀 전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SBS에 출연해 “지금 이 문제와 관련한 시비들은 주객이 전도되고 핵심이 왜곡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장관에 대한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적절성보다 공수처의 수사 방식, 조사 지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그를 호주대사에 임명했지만 출금 상태인 핵심 피의자인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일 공수처에서 4시간 조사를 받은 뒤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조사 시점부터 출금 조치 적절성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각을 세웠다. 장 실장은 “출금은 수사상 긴박한 상황에서 수사를 계속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도 안하면서 출금을 길게 연장시키며 적용한 것은 기본권 침해, 수사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이 수사와 조사에 정말 진심이라면 6~7개월간 아예 조사를 안한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며 “조사 안 한 데는 내버려두고 왜 조사받겠다는 사람을 문제삼나.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호주대사 임명이 수사 회피용이라는 비판에는 “말도 안되는 억지이고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실장은 그러면서 수사 회피용이라면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이 필요없는 총영사나 국제기구로 보냈을 거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호주대사 임명 철회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장 실장이 강경한 표현을 동원해 적극 반박에 나선 데는 대통령실의 정면돌파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사 임명과 출국을 둘러싼 의구심이 대통령실까지 번지고, 더불어민주당이 특별검사 도입법안을 발의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자 파장의 추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여론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공수처와 야당, 일부 언론의 유착을 거론하며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는 사안을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판단하는 분위기가 깔렸다.
대통령실의 공수처 비판과 맞물려 ‘공수처 수사’를 내건 여당의 맞불 대응 기조는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정희용 원내대변인 전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통화기록 등 공수처만 알 수 있는 수사 내용이 버젓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며 “공수처가 수사 기밀들을 불법적으로 유출하고 있다는 명백한 정황이며, 공수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국정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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