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기자 |
12일 현재 양당 공천이 확정된 467명의 전과 기록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예비후보 명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민주당 지역구 후보 224명(예비후보자 미등록 4명) 중 84명(37.5%)이 전과자였다. 이 중 31명은 민주화운동 관련 전과(국가보안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소요죄) 외에 다른 전과가 없지만, 이들을 빼고도 전과자 비율은 전체 민주당 공천자의 23.7%(53명)였다. 전과 4범으로 알려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직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안 해 통계에서 제외했다.
국민의힘도 지역구 후보 243명(미등록 7명) 중 53명(21.8%)이 전과자로 확인됐다. 앞서 ‘신(新) 4대악’, ‘4대 부적격 비리’ 등에 공천 원천 배제를 선언했지만, 결과적으로 전과자 공천 비율은 민주당과 비슷했다. 국민의힘은 ‘당세가 약한 호남 지역에 전과가 여럿 있는 인사를 잇달아 공천했다’는 본지 보도 〈3월 8일자 5면〉 이후 전과자를 7명 더 공천했다. 폭행죄(1978년)·음주운전(2003년)으로 전과 2범인 친윤 핵심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 등이다.
양당 모두 “공천 심사 기준 강화”를 외쳤지만, 실상은 각종 예외를 허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공관위는 올 1월 각각 ‘5대 혐오 범죄’(민주당). ‘파렴치 범죄’(국민의힘)라며 경쟁적으로 음주운전을 규탄했다. 그런데도 음주운전 전과자는 국민의힘 23명(전체의 9.5%), 민주당 16명(7.4%)이었다. 불이익을 주는 시기와 횟수를 따로 정해 이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박경민 기자 |
각 당은 당세가 약한 지역에서 복수 전과자를 공천하는 경향을 보였다. 험지 출마를 꺼리는 가운데 ‘전국 정당’, ‘전 지역 공천’을 위해 기준에 미달하는 후보를 공천한 것이다. 여야 최다 전과자(9범)인 양정무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보수당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전북 전주갑에 출마한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추가로 신청받은 끝에 전과 4범 곽봉근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민주당에서는 TK(대구·경북)에 전과자가 많았다. 대구 달서갑에 공천한 권택홍 예비후보가 업무방해·선거법위반 등 전과 8범으로 민주당 후보 중 전과가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중한 업무상배임(경북 구미갑 김철호), 사기죄(경북 구미을 김현권) 전과자도 TK에 공천됐다. 현역 중에는 경기 군포를 지역구로 둔 이학영 의원이 국가보안법(1980년)·공직선거법(2000년) 외에도 강도상해죄(1979년)를 저질러 전과 3범이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같은 전과 1범 후보라도 내용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위반해 여러 번 처벌받았다면, 국민이 과연 법이란 게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국혁신당 당사에서 열린 황운하 의원 입당 기자회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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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 금뱃지’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법 처리가 끝나지 않은 당 대표들의 제3 지대 창당 난립”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지난 3일 조국혁신당을 창당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가 조 대표에게 실형(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하지 않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에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황운하 의원도 지난 8일 합류했다.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 수감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6일 옥중 창당한 소나무당도 논란거리다. 창당발기인 중 손혜원 전 의원은 목포 땅 투기(명의신탁)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와 정철승 변호사(강제추행치상 혐의) 등 다른 멤버들도 재판 중이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정치적 인민재판을 통해 사법부 결정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시도는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태”라면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범죄자들의 도피처로 전락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옥중에서 창당한 신당 '소나무당' 창당대회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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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새롬·장서윤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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