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이슈 연금과 보험

'기금형' 대세인 英 연금…年 6%대 꾸준한 수익 안정성 잡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K퇴직연금 레벨업 ◆

매일경제

영국 런던 뱅크역 앞을 지나는 시민들. 런던 최근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영국은 공공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적 연금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연금은 필수다. 영국에서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한 건 정부의 제도적 도움이 가장 컸다. 한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영국 자유주의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가 1942년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목표를 표현한 구호다. 영국의 복지제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영국은 퇴직연금이 잘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자산운용사들이 전문적으로 사업장별 퇴직연금을 수탁해 관리하는 형태가 보편화돼 있고,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공공기관 '국가퇴직연금신탁(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도 존재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본사에서 만난 제임스 몽크 투자이사는 "영국인이 지금의 연금제도를 당연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 뒤에서 기관이 연금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며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의 글로벌 법인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이 영국 시장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 규모는 420억파운드(약 7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몽크 투자이사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에서 지난 8년간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투자 책임자를 맡아왔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퇴직연금 제도의 특징은 기금형이 주류라는 점이다. 연금은 수탁 형태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수탁기관 운용위원회가 투자 판단을 내리고 이를 자기 책임하에 집행하는 기금형이다. 영국 노동자는 직장 구성원이 단체로 가입하는 그룹 개인연금, 스테이크홀더, 일반 개인연금의 경우 기금형과 계약형 중 선택할 수 있는데, 12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은 DC 기금형을 주로 선택한다. 영국에는 2만8000개 이상의 퇴직연금 기금이 있는데, 이 중 94%가 12인 미만의 소규모 기금으로 운영된다.

기금형의 장점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피델리티가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체 생애를 통틀어 연이율 5~6%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안정성도 장점이다. 국내에서 DC형 퇴직연금은 투자자가 직접 또는 디폴트 옵션에 따라 펀드를 매수하는 계약형이 도입되면서 가입자가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됐는데 젊은 층일수록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강해 손실 위험이 크다. 런던의 한 40대 직장인 A씨는 "사실 정확한 제도는 잘 모르지만 회사 차원에서 가입한 퇴직연금을 유명한 곳에서 운용해주기 때문에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델리티와 같은 영국 운용사들은 생애주기별 투자 펀드(TDF·타깃데이트펀드) 등을 활용해 젊은 층은 앞으로 남은 인생이 상대적으로 긴 만큼 투자 기간이 길어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시간이 갈수록 안정적인 형태로 운용해 안정성과 수익률을 모두 잡는다.

영국에서 기금형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2012년 도입한 자동가입제도의 영향이 컸다. 영국에서는 근로자 나이가 22세 이상에 연금 수령 연령보다 아래이고, 연간 1만파운드 이상 소득이 있으며 영국에서 일하고 있다면 회사가 지정한 수탁기관에 퇴직연금을 자동으로 납입하게 된다.

물론 본인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 런던의 한 30대 직장인 B씨는 "자동으로 가입돼 납입하고 있지만 어차피 나중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냥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투자 위험이나 기금 지배구조를 비롯한 이슈에 대응해주는 규제와 규칙이 기금형 퇴직연금에 존재했던 것도 이유다. 영국의 기금형 퇴직연금은 매우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DC 계약형은 기금형의 기금운용위에 해당하는 '독립운용위원회(IGC)'를 설치해야 한다. IGC는 운용 주체인 사업자가 연금 가입자에게 비용에 맞는 편익을 제공했는지, 투자상품이 적절한지 등을 평가한다.

몽크 투자이사는 "선관 의무와 주의 의무가 매우 강하게 적용된다"며 "충실의무와 신의성실의무 준수를 위한 견제장치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런던 최근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