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금(state pension)만으로는 은퇴 후 삶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영국 정부는 일정 소득 이상의 근로자들을 퇴직연금에 자동 가입시켰습니다. 국가연금에 퇴직연금을 더한다면 퇴직자들은 적어도 연금으로만 1년에 2만파운드(약 3300만원)를 벌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노동연금부(DWP)와 금융감독청(FCA), 연금감독청(TPR)이 연금 업무에 관련된 부처다. 그중 DWP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DWP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TPR과 FCA가 관리·감독을 담당한다.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루이스 콜리스 DWP 공보국 비서관은 "자동 가입 제도 도입으로 2012년 이후 근로자 1090만명 이상이 퇴직연금에 등록했다"면서 "매달 적극적으로 연금을 탈퇴하는 비율도 1%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퇴직연금이 자리 잡는 데에는 수급권을 보호하고 연금 운용을 관리·감독하는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 퇴직연금 자동 가입 제도가 대표적이다. 영국 퇴직연금은 '돈을 낸 사람이 받는다'가 원칙이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을 버는 사람들은 자동 가입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영국의 하한선은 연간 1만파운드다. 이 금액 이상 소득이 있는 노동자는 소득의 8%를 퇴직연금에 지불한다. 고용주는 최소 3%를 기여해야 한다.
퇴직연금 자동 가입의 가장 큰 장점은 중위소득(3만5349파운드) 이하에서 목표소득대체율을 만족하는 가입자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DWP에 따르면 연봉이 1만4500파운드 이하인 사람들 중 단 14%만이 목표소득대체율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책으로 소득이 부족한 노동자 대다수가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셈이다. 중위소득 기준 영국 당국의 목표소득대체율은 60%다.
영국의 주목할 만한 제도 중엔 '국가퇴직연금신탁(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NEST)'도 빼놓을 수 없다. NEST는 모든 취업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 확정급여(DB)·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는 별개로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영국 정부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자동 가입형 DC형 제도다. 2012년에 세워진 뒤 2018년부터는 영국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정부의 지원 속에 낮은 운용 수수료(연간 0.5% 수준)와 성과가 맞물리면서 2015년 200만명 수준이던 NEST 가입자는 현재 1100만명으로 늘었다. 영국 퇴직연금 가입자 약 2300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NEST를 이용하는 셈이다.
[런던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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