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참가자들, 현 정부 여성부 폐지·낙태권 폐지 공약 등 비난
'극우' 밀레이 유세 때 "페미니즘은 사회주의자 창작물" 주장해 논란
국회 앞 광장에 모인 '여성의 날' 시위자들 |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우리는 파도였으나 쓰나미가 되어서 돌아올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수만 명의 여성단체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도심에 위치한 국회 앞 광장에 운집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은 예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고 현지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과 여성 권리 옹호를 위한 역사적 투쟁을 상징하는 '여성의 날'은 아르헨티나에서는 그동안 여성단체 주관으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였지만 올해는 반정부 시위로 변모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우선 작년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운 '시위 프로토콜'이 시행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수백명의 경찰 병력과 바리케이드가 행사 참가자들을 막고 있었다.
이에 공원을 가득 채운 참가자들은 "한발짝도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우리의 자유는 정부도 시장의 것도 아니다" 등 미리 준비한 팻말을 들고 "밀레이 독재자"를 외치며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난했다고 현지 언론 암비토는 전했다.
여성 시위대를 막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찰 |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여성부를 폐지했다.
앞서 대선 유세 과정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국가에서 여성단체가 수년간의 투쟁으로 일궈낸 낙태법을 폐지한다고 공약했다.
또 "페미니즘은 기후 위기와 같이 사회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이며 성차별로 인한 임금 차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여성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8일 오전 대통령궁인 카사 로사다의 행사장 중 하나인 '여성의 살롱'의 명칭을 '국가 영웅의 살롱'이라고 변경했다고 발표하면서, 여성 선구자의 초상화를 떼어내고 아르헨티나 역사상 중요한 업적을 쌓은 남성들의 초상화를 거는 동영상을 게재해 비난받았다.
이와 관련, 현지 언론들은 "대통령궁의 행사장 이름을 변경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왜 하필 '여성의 날'에 이런 필요 없는 도발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들렸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암비토는 국회 앞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낙태법 유지, 경제 긴축 정책 제고, 국민의 굶주림 해결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간 라나시온은 최근 가장 정치적인 '여성의 날' 시위였다면서 여성부 폐지, 국립차별연구소(INADI) 폐지 등 현 정부의 여성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구호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위의 참가자 대부분은 여성이었으나, 가족 단위로 3세대에 걸쳐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시위에 참가한 에리카 몬티(27) 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가할 줄 몰랐다. 닭살이 돋을 만큼 감동적이다"라면서 "내 남자 형제들은 페미니즘은 죽었다면서 국회에 가서 장례식 잘 치르고 오라고 비꼬았지만, 우리의 투쟁은 그 어떤 때보다 생생하고 우리들은 여기에 모였다"라고 말했다고 라나시온이 보도했다.
'밀레이는 꺼져라'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시위자 |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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