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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삶-특집] "정상적 고아들에게 정신질환 약 먹이는 의사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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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병원들, 돈안된다는 이유로 암환자 사후관리 시스템 부실"

"일부 의사들, 환자들 질병 관리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기도"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촬영 조서연]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의사들 가운데는 환자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 의사들은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들이다. 국민은 그런 의사들에게 감사한다.

그렇지만 의사들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을 갖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도 적지 않다. 최근 의사 집단행동 사태를 계기로 의사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큰 것은 평소 병원에서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기도 하다.

연합뉴스가 2022년 9월부터 [삶] 인터뷰를 시작한 이후 인터뷰이들이 병원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는 일부 의사들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봐야 한다.

25세의 딸을 유방암으로 하늘나라에 보낸 한 인터뷰이는 상당수의 암 환자들이 수술받은 후에 어떻게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지 병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아 단체의 대표는 정신 질환이 없는데도 보육원장과 결탁한 병원들 때문에 정신과 질환 약을 먹어야 하는 고아들도 있다고 했다.

의사들은 질병의 관리에 유용한 새로운 기기를 앞장서서 도입하기는커녕, 환자들의 그런 시도를 방해하는 일도 있다고 한 환자단체 대표는 말했다.

다음 내용은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언급된 병원 관련 내용들을 발췌해 묶은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조윤환 대표
[촬영 조서연]



◇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 보육원에서는 약물을 악용한 학대도 있다고 하던데.

▲ 보육원 원장들은 말을 잘 안 듣는다면서 아이들에게 정신질환 약물을 먹이는 경우가 있다. 더 심하게는 아예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정신병원에 가면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곳에 한 번 다녀온 아이는 다시는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 정신질환 약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 처방을 얻는 게 어렵지 않다. 의사가 보육원 원장과 유착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의사로서는 아이들이 환자의 자격으로 많이 찾아오니 쉽게 돈을 번다. 의사는 "조현병이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하다", "과잉행동 장애가 있다"면서 처방을 내고 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그만이다. 보육원 원장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줘서 쉽게 컨트롤할 수 있고, 진료비는 건강보험으로 커버되기 때문이다.

-- 얼마나 많은 아이가 그런 약을 먹나.

▲ 보육시설 소속 아동의 50% 이상은 정신질환 약을 먹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교정시설의 한 직원은 토론회에서 왜 보육원 출신 아이들 대부분이 정신질환 약을 먹고 있느냐면서 보육원에 항의한 적이 있다고 했다.

-- 거의 모든 보육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 전국적인 현상이다. 보육원장들의 단체가 있는데, 이들의 모임에서 정신질환 약을 악용한 통제 방식이 공유된 듯하다.

연합뉴스

2018년 폐업한 '국내1호' 청량리정신병원
[연합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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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육원에서 나온 지 4년 정도 된 20대 초중반 청년

-- 보육원에서는 정신질환약을 먹는 경우가 많다는데 사실인가.

▲ 그건 보육원의 기본이다. 정신적 문제가 없는 애들도 정신과병원에 가는 일이 많다. 몸에 흔적이 남지 않도록 괴롭히는 지능적 방식이다. 보육원 선생님이 "아이가 자꾸 거짓말을 하고 과잉행동을 한다"고 하면 정신과 의사는 주저하지 않고 약 처방을 내준다. 보통 부모들은 자기 아이에게 약 먹이는 것을 조심하겠지만 보육원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 약을 계속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듯한데.

▲ 제대로 살지 못한다. 말이 어눌해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

-- 보육원과 정신과병원이 유착된다고 하던데.

▲ 보육원이 정신과병원 1곳을 정해놓고는 40∼50명의 아이를 무더기로 보낸다. 의사는 심리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와도 약 처방을 한다. 이후에 의사는 아이가 오면 안부를 묻는 정도의 간단한 문답을 하고는 또 약 처방을 한다. 보육원과 정신과병원은 이렇게 유착된다. 정신과병원은 돈을 쉽게 벌고, 보육원은 아이들을 핸들링하기가 수월하다,

-- 본인도 정신질환 약을 먹은 적이 있나.

▲ 여자 보육 선생님이 나에 대해 거짓 이야기를 하고는 약 처방을 받았다. 나는 보육원에 돌아와서는 그 약을 먹지 않았다. 그 보육 선생님은 고아 출신인데, 어릴 때 받은 학대를 그런 식으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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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어드벤처, 보육원 아동 초청 '드림티켓' 행사
[연합뉴스 사진]



[※ 편집자 주= 바로 아래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하주원 이사의 발언은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 등이 언급한 의견에 대한 반론입니다.]

◇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하주원 홍보이사(정신과 전문의)

어떤 집단에도 이상한 사람은 있다. 전국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3천명 정도이니,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 등이 언급한 그런 사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의 사례를 확대해 해석한 것이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일반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은 현실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지적 장애 또는 자폐스펙트럼 등 장애가 있거나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들이 보육원에 맡겨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보육원 아이들이 입소 이전에 높은 수준의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고, 의지할 애착 대상의 부재(不在)를 겪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경우, 단체생활에서 오는 비용이나 시간 등 현실적 문제로 상담치료, 놀이치료 등 심리사회적 치료보다 약물치료의 비율이 높을 수 있다.

우리는 보육원이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의사에게 증상을 거짓으로 이야기해서 약물 처방을 받는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의사들도 자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일본 등은 의사협회가 내부의 문제에 대해 징계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런 권한이 없다. 우리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계호 교수
[촬영 이다빈]



◇ 이계호 태초먹거리학교 교장(전 충남대 교수)

-- 건강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 딸이 25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부터 왜 암에 걸리는지, 암을 예방할 방법은 없는지, 재발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 딸은 수술하고 복학한 이후에 문제가 생긴 것인가.

▲ 딸은 22세에 유방암 수술을 한 이후에 이전 생활로 되돌아갔다. 졸업작품을 만드느라 밤을 새웠고, 제대로 먹지도 않았다. 취업 준비를 하느라 동영상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면접 보러 다니느라 바빴다. 그렇게 딸은 졸업했지만, 온몸에 암세포가 퍼진 것이 확인됐다.

-- 너무 빠른 복학이 문제였나.

▲ 수술한 후에 복학을 늦추고 1년 정도의 면역력 회복 기간을 가져야 했는데 의사도 그런 이야기를 안 했고, 나도 그걸 몰랐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병원들은 암 환자 수술 후에 왜 면역력 회복 등 사후관리 대한 교육은 하지 않나.

▲ 우리나라의 큰 병원은 암 환자 때문에 먹고 산다. 암 외의 다른 진료과목은 거의 모두 적자로 알고 있다. 암 환자에 대한 병원의 사후 관리시스템은 부실하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표준치료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비용을 커버해주지만, 그 이후의 암 환자 관리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 암이 재발하면 병원이 또 표준치료를 해줄 뿐이다. 이런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러니 대한민국 암 병동에는 환자가 넘치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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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
[본인 제공]



◇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는 경우가 많나.

▲ 원시적 산재들이 많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가장 잦고, 다리가 부러지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화상과 질식사고도 있다. 손가락은 프레스에 의해 절단되는 경우가 많다. 잘린 손가락을 모으면 1년에 12가마니 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 이주 노동자들은 산재 신청을 꺼린다는데 왜 그런가.

▲ 서류를 작성해서 산재 신청을 하려고 할 때 당사자가 포기하는 사례가 나온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사장님이 싫어한다고 답변한다. 산재 신청은 사장의 동의가 없이도 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들은 포기하고 만다.

-- 고용주가 산재 신청에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사고 자체가 고용 허가를 다시 받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산재 지정 병원은 이런 고용주들에게 협조하는 경우가 많다. 산재 지정병원이 이주노동자를 회유하거나 서류나 절차 등을 빌미로 산재 신청을 못 하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고용주들이 사고당한 이주민들을 해당 병원으로 계속 데려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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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김미영 대표
[촬영 윤성우]



◇ 김미영 1형당뇨 환우회 대표

-- 1형 당뇨 관리에 큰 도움을 주는 혈당 연속측정기를 2015년 체코에서 구입했는데,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

▲ 나의 아들이 1형 당뇨 판정을 받은 후에 나는 1형 당뇨 완치사례를 얻기 위해 전 세계 논문과 기사를 미친 듯이 뒤졌다. 1건의 완치 사례라도 나오면 우리 아이에게 적용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외국에서 연속혈당측정기가 사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에 있는 지인을 통해 이 기기를 구입해 사용했더니 혈당 관리에 아주 유용했다. 다른 환우들도 이 기기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권했는데, 구입 절차가 상당히 복잡했다. 그래서 내가 여러 나라의 판매처에 메일을 보냈는데, 체코에서만 답신이 왔다. 미국 혈당기를 판매하는 대리점이었다. 그 대리점은 개인별로 기기를 각각 발송할 수 없으니 단체로 주문하라고 했다. 내가 대신 주문하게 된 이유다.

-- 의료진들이 처음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사실인가.

▲ 의사들은 국내에서 허가가 안 됐는데 왜 쓰냐고 했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아무리 자식이라고 해도 건강정보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사생활이 없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 일부 의료진만이 그런 것이 아닌가.

▲ 대부분의 의료진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디지털로 혈당 데이터를 모은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진료일 전날까지는 앱에 있는 혈당수치를 수첩에 옮겨 적어 당일 의사한테 그 수첩을 보여줘야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최연혁 교수
[촬영 김수지]



◇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교 교수(현재 한국서 연구교수로서 연구활동중)

-- 한국에서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문제로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스웨덴에서 의사는 어떤 직종인가.

▲ 스웨덴 고등학생들은 대체로 과외 수업을 받지 않는다. 대학에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대학 진학률이 28%에 그친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의대나 법대에 진학하려는 일부 학생들은 과외수업을 받는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도 의사나 변호사는 인기 있는 직종이다.

-- 스웨덴에서 의사의 연봉은.

▲ 한국 돈으로 1억원 정도다. 이 나라 국회의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의사는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어서 한국 의사처럼 급여가 많지 않다. 스웨덴에서 급여가 높은 사람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이다.

-- 그래도 의사 급여로는 너무 적은 것 아닌가.

▲ 스웨덴 의사들은 환자를 많이 받지 않는다. 환자 1사람당 30분씩 할애해서 하루에 6∼8명 정도만 받는다. 사민당이 의사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진료 대상 환자 수를 제한했기에 이렇게 됐다.

-- 급여가 적으면 유능한 사람이 의사를 하려 하지 않을 듯한데.

▲ 스웨덴에서는 그렇지 않다.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기에 연봉에 연연해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다. 이 나라에서 의료기관은 신뢰도 1위다. 의사와 간호사가 박봉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자기 가족처럼 돌보기 때문이다. 한번은 나의 부모님이 스웨덴에 오셨을 때 며칠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병원 측은 나에게 병간호를 위해 병원에 오지 말라고 했다. 자기들이 모두 알아서 한다고 했다.

-- 지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스웨덴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던데.

▲ 스웨덴의 의료는 예방의학 체계다. 병원에 투자하기보다는 병원에 갈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돈을 쓴다. 국민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도록 수영장, 공원, 크로스컨트리 트랙, 겨울 호수 스케이트 장 등 환경 조성에 예산을 많이 투입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의료진이 부족했고, 의료물자가 충분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다 쓰러지는 일도 생겼다. 이러니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여가 높은 노르웨이 등으로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유럽에서 의사들을 데려와 6개월간 교육한 뒤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스웨덴이야말로 의대생을 늘려야 하는 나라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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