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들머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3·8 여성파업’을 개최하여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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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사고를 방지하는 안전난간을 설치하고 안전대 착용만 제대로 한다면 여성도 얼마든지 고층에서 일할 수 있는데, ‘보호’를 명목으로 여성은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신연옥(51)씨는 올해로 7년째 ‘형틀목수’로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일을 시작하던 2017년 17만8천명에 불과했던 여성 건설 노동자는 지난해 23만6천명으로 32.6%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건설 노동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이 기간 2%포인트(9.1→1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명 중 9명이 남성인 건설 현장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만난 신씨는 건설 현장의 이같은 ‘성차별 문화’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전날 여성의 노동 참여율과 남녀 고등교육·소득 격차 등을 반영해 산정해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줄곧 ‘부동의 꼴찌’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신씨는 이곳에서 열린 ‘여성 파업’에 동참해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구호를 외쳤다.
여성 파업은 1975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 처음으로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외치며 여성 노동자 90%가 파업을 벌인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지난해 직장과 가정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을 해소하자며 열린 아이슬란드 여성 파업 때는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까지 업무를 중단하며 동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들머리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3·8 여성파업’을 개최하여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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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성 파업이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현장에는 금속노조 케이이시(KEC) 지회와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을 비롯해 요양보호사와 청소노동자 등 여성 700여명이 일손을 놓고 거리에 나왔다. 특히 케이이시 지회와 건보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평일인 이날 ‘하루 파업’을 선언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부품 제조사인 케이이시는 남성 신규채용자에게 여성 신규채용자(J1)보다 높은 등급(J2)을 부여하고, 여성 노동자를 일정 등급(S) 승격에서 배제해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 시정을 권고받았던 회사다. 김진아 케이이시지회장은 “시정 권고 이후, 여성 한 두 명이 에스 등급으로 승급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이 (일터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파업 참가자들은 이날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든 이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도입(여성 노동자의 성·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안전한 노동환경 구축과 관련) △최저임금 인상 등 5가지를 사회에 요구했다.
한편, 이날 여성 파업 외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 주관으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39회 한국여성대회’에선 ‘3·8 권리선언’이 발표됐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모든 사람의 평등한 시민적 삶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보장 등을 촉구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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