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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 시행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본격적인 제동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가 벌이는 불공정행위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DMA를 계기로 유사한 법의 도입이 잇따를 전망이다. 그런 만큼 빅테크에 대한 글로벌 규제 기준이 점차 정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빅테크 독과점 이슈에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설익은 제도 추진 탓에 한발 물러서면서 글로벌 공동 규제에서 빠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외국계 빅테크에 한국에서 자유롭게 불공정행위를 이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짜뉴스 대응책이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전 세계 각국은 가짜뉴스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책임을 미루고 있다. 가짜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된다. 하지만 해외 빅테크는 "콘텐츠에 대한 심의는 본사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대응을 늦추고 있다.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데 걸림돌인 것이다.
음란물도 마찬가지다. 틱톡, 유튜브 쇼츠 등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에서는 영상 중간에 주요 부위 사진을 노출하는 신종 음란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정한 플랫폼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역차별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칫하면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빅테크는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한국 기업만 희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다. 더구나 최근 들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틱톡,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 기업만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공정한 플랫폼법 제정은 독과점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통상 인터넷 기업은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통신회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트래픽에서 회사별 비중은 구글이 8.6%로 가장 높고 이어 넷플릭스 5.5%, 메타 4.3%, 네이버 1.7%, 카카오 1.1% 순이다. 국내 기업들은 인터넷 기업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은 "가입자가 통신요금을 내는데 왜 우리가 또 지급해야 하느냐"면서 "이중 과금"이라고 맞섰다. 구글은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 통신사에 접속료 명목으로 비용을 내고 있고 데이터 송출 서버에 투자해 사실상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자율기구에서도 벗어나 있다. 검색시장에서 약 3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입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서 성인 인증을 하면 불법 음란물이 난무하는 것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서 "반면 네이버나 다음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물에 대해서도 필터링이 이뤄지는 등 규제 강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꼬집었다. 역차별 항목만 20건에 달한다는 것이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견해다.
공정위는 그동안 플랫폼법 입법을 강력히 추진했다.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들 사업자를 상대로 자사 우대를 금지하며 △자사 플랫폼 사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방해하는 이른바 '멀티호밍(multi-homing)'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플랫폼 기업이 멀티호밍과 최혜 대우를 요구해 독점력을 유지하고, 자사 우대 조항과 끼워 팔기 등을 통해 연관 시장까지 독점한다는 판단이었다.
문제는 잣대다. 예를 들어 시장을 50% 이상 점유한 기업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면 네이버·카카오는 검색과 SNS 시장에서 각각 60%, 90% 이상을 차지해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지만 쿠팡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25% 안팎으로 제외될 수 있다. 또 매출을 잣대로 하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매출액이 2조원 안팎이라 빠질 수 있다. 국내 기업 간에도 역차별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특별강연에서 연내 법을 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보다 신속히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강에 구글, 메타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힘겨루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인앱결제 강제'에 대한 사실 조사를 실시하고 최대 680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안을 전달했지만 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상덕 기자 / 문지웅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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