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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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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들이 쥐고흔든 '비명횡사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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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비이재명계(비명계)·친문재인계(친문계)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하자 정치권 일각에서 "친이재명계(친명계) 유튜브를 활용한 기획 경선"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지역구 후보가 속속 결정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특정 계파를 노골적으로 띄우거나 반대로 '좌표'를 찍어 비판하면서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인 김종민 의원은 7일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경선 결과에 대해 "유튜브가 몇 달 동안 '친명당선·비명낙선' 선동을 해대는데 지도부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그것을 활용해 이번 경선을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지역구 당내 경선에서 박광온·강병원·김한정·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일제히 친명계 후보들에게 패배했는데, 여기에는 친명계 유튜브 채널들이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종민 의원은 "친명·비명 구도가 특정되고 부각돼 있는 선거구는 비명 후보들이 다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했다.

친명계 후보들이 '자객 출마'한 지역구의 비명계 의원들은 현역 평가 하위 20%에 들어 20~30%의 감산 페널티를 안고 경선을 치렀다. 박광온 의원도 경선이 종료된 이날 "하위 20%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3선으로 원내대표까지 지낸 박 의원의 3표 차 경선 탈락은 다소 충격적인 결과였다. 지난해 박 의원이 원내대표였을 당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가 발생했고, 박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즉각 물러난 바 있다.

박 의원뿐만 아니라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한 배경에는 친명계 유튜브 채널과 강성 지지자들의 공격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줬다는 시각이 많다.

구독자 51만명의 친명계 유튜브 채널인 박시영TV에는 경선 직전인 지난달 29일 박 의원(경기 수원정)과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을)을 경선에서 각각 이긴 김준혁 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이 출연했다. 이들을 '개혁전사'로 명명한 해당 영상에서 김 부위원장은 자신이 쓴 책인 '왜 이재명을 두려워 하는가'를 들고 이 대표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띄우며 친명계임을 강조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주식회사박시영'을 운영하는 박시영 대표는 김우영 전 구청장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가 굉장히 아낀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에는 구독자 64만명의 이동형TV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박 의원 공격에 맞장구를 쳤다. 해당 영상의 제목은 '숨어있던 보석들'이다.

경기 남양주을에서 김한정 의원을 누르고 본선에 오른 친명계 김병주 의원(비례대표)도 지난 2일 구독자 93만명인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약 1시간 동안 홍보를 했다. 해당 영상은 김병주 의원에 대해 '의정활동을 가장 잘한 국회의원의 위엄'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보수 진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독자 127만명의 '배승희 변호사' 채널에는 김성용·호준석·박정훈 예비후보 등이 출연했다. 경선에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김 예비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보다 정확한 판단과 탁월한 혜안을 갖고 있다"며 '친윤석열계 인증'을 하기도 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유튜버들의 셀프 출마 행보가 두드러진다. 구독자 45만명의 보수 유튜브 채널인 '내시십분' 운영자인 코미디언 김영민 씨, 또 다른 보수 유튜브 채널 진행자인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등이 여당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공천 신청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학계에서는 이미 유튜브가 정치를 잠식해 '유사(Pseudo·가짜) 정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T(정보기술)정치 전문가인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정치 유튜브가) 일종의 신인 면접도 하면서 준(準)공천관리심사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인터넷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의 경우 선거 보도에 대한 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숨어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인 이유는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인데 유튜브가 이 같은 상황을 더 가속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극약처방이지만 후보자들에 대해 선거 전에 일정 기간 유튜브 출연을 금지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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